벼 수급 안 맞자 쌀값 들썩
즉석밥·전통주도 가격 인상 우려
정부, 공매·재고 방출 카드 검토 중

최근 마트에서 쌀을 구매한 A 씨는 이전과 확연히 달라진 가격표 앞에서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넘쳐난다던 쌀이 이제는 오름세를 타며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쌀값 상승의 시작은 작년 여름부터였다. 2024년 기록적인 폭염으로 벼의 낟알이 제대로 여물지 못하면서 생산량이 급감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3~4월 산지 유통업체가 매입한 벼는 전년보다 5000톤 늘었지만, 이후 시장에 풀린 물량은 오히려 감소했다.
실제 4월 말 기준 전체 쌀 재고는 71만 2000톤으로, 전년 대비 21만 톤이나 줄어든 상황이다.
전남 함평, 목포, 영암, 나주 등 주요 산지를 돌며 쌀을 구하느라 애를 먹었다는 유통업체 관계자는 “작년에 날이 너무 더워 쭉정이가 많았다”며 “제일 낮은 등급 쌀도 20kg에 5만 원을 넘기게 생겼다”고 하소연했다.
6월 기준 산지 쌀값은 80kg당 19만 9668원까지 치솟았고, 이는 평년 수확기 수준에 육박하는 수치다.
즉석밥·전통주 업계 비상… 가격 인상 카드 ‘만지작’
쌀을 원료로 쓰는 업계 전반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즉석밥 제조업체에 쌀을 납품하는 공급업체 관계자는 “쌀값이 올라 공급가를 2000원 정도 인상했다”며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전통주 업계는 아직 가격 인상에 신중한 분위기지만, 긴장감은 감추지 못하고 있다.
현재 업계는 쌀 가공협회를 통해 할당받는 물량과 단가가 어떻게 바뀔지에 따라 대응 수위를 조절하겠다는 입장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6월 5일, 쌀값이 예상보다 빠르게 오르고 일부 산지 유통업체가 벼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정부는 수요 조사를 실시해 지역 농협과 정보를 공유하고, 농협경제지주가 조곡 거래 중개 시스템을 통해 산지 유통업체의 원료곡 확보를 지원하기로 했다.
한편 쌀 소비 패턴도 변화를 보이고 있다. 가정에서 밥을 지어 먹는 가구용 쌀 소비는 40년째 줄고 있는 반면, 즉석밥·떡·막걸리 등 가공용 쌀 수요는 오히려 꾸준히 증가했다.
2024년 기준 사업체 부문 쌀 소비량은 전년 대비 7% 증가한 87만 3000톤에 달했다.
가공식품 중심의 쌀 소비가 늘고 있는 만큼, 쌀값 상승은 가공식품 가격 전반에도 파급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쌀값이 언제까지 오를지가 관건이라고 말한다. 한 전문가는 “쌀값 인상이 농가 소득에는 긍정적일 수 있지만, 전체 공급망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방안도 함께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막걸리 다시 밀가루로 민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