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3사 HBM 쏠림
범용 D램 생산에 제약
중국 CXMT 바짝 추격

서초구에 사는 박 모 씨는 최근 컴퓨터를 한 대 구입하려고 인터넷을 검색하다 그만 포기하고 말았다.
컴퓨터 부품값이 너무 올랐기 때문이다. 그동안 CPU와 그래픽카드에 집중됐던 컴퓨터 완본체 가격에 비싸진 메모리 가격까지 더해지자 구매를 망설이게 된 것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메모리 증설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범용 D램 공급난은 2027년까지 장기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HBM 전용 라인 전환이 부른 ‘역설’

2일 업계에 따르면 메모리 제조사들이 고수익 HBM 생산에 집중하면서 역설적으로 범용 D램 공급이 부족해지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평택 P4와 SK하이닉스의 M15X는 HBM 전용 팹으로 운영되고 있어 범용 D램 생산라인 증설 여지가 매우 제한적이다.
여기에 AI 추론 워크로드 증가로 범용 D램 수요는 증가세인 반면 공급은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메모리 업체들이 확보한 D램 재고는 2.7주로 수요 업체들의 재고 확보에 어려움이 큰 상황이다.
KB증권 김동원 본부장은 지난달 “2025년은 AI 수요가 HBM을 넘어 D램 전반으로 확산되는 변곡점이며 2026년까지 근 몇 년간 가장 강한 D램 수요 사이클을 형성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클린룸 확보 난항에 증설 속도 제한적

특히 주요 메모리 제조사들이 클린룸 공간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증설 속도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평택캠퍼스 5공장 건설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가동 시점은 이르면 2028년 상반기로 관측된다. 이 공장은 2023년 기초 공사를 시작했으나 반도체 업황 부진으로 2024년 1월부터 2년간 공사 일정이 밀렸다.
삼성전자는 평택과 화성 캠퍼스의 파운드리 및 낸드플래시 메모리 일부 라인을 D램 생산라인으로 전환해 생산능력을 20% 확대할 계획이다. 하지만 제조 공간 확보가 어려워 급증하는 메모리 수요를 감당하기 쉽지 않다는 평가다.

SK하이닉스는 청주 M15X가 지난달 장비 반입을 시작하며 내년 본격 가동 준비에 들어갔지만 이 공장에서 나오는 D램은 6세대 HBM4 생산에 우선 투입될 전망이다. 용인 1기 팹 프로젝트는 2027년 말께나 가동할 수 있어 생산능력 확대에 제약이 크다.
미국 마이크론도 모바일 D램 생산능력을 서버용으로 전환하는 등 설비 최적화를 서두르고 있지만 클린룸 공간이 부족한 상황이다.
마이크론은 내년 5월 일본 히로시마에 1조5000억엔을 투자해 차세대 D램 제조 라인을 설치하기로 했지만 가동 시점은 2028년이다.
중국 CXMT 추격에 시장 재편 변수

메모리 공급난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중국 CXMT의 빠른 추격이 시장의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CXMT의 올해 3분기 D램 매출은 14억9900만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전 분기 대비 74% 증가한 것으로 시장 점유율도 2.8%에서 3.7%로 늘어나며 업계 4위 자리를 굳혔다.
CXMT는 지난달 중국 반도체 박람회에서 DDR5와 LPDDR5X 등 차세대 D램 제품군을 공개하며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의 3강 체제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CXMT가 공개한 LPDDR5X는 10,667Mbps 속도로 지난해 10월 SK하이닉스가 출시한 프리미엄급 모바일 D램과 동일한 수준이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CXMT의 시장 점유율이 2024년 3%에서 올해 5%, 2027년 10%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트렌드포스도 중국 기업들의 D램 시장 점유율이 2020년 0%에서 2024년 5%로 증가했으며 2025년 10%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CXMT의 가장 큰 무기는 가격 경쟁력

한편 CXMT는 중국 내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자들을 대상으로 서버용 D램을 의미 있는 규모까지 출하하는 데 성공했으며 내년에는 96GB 고용량 서버용 D램 제품 시장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업계에선 중국 내 CXMT 서버용 메모리 의존도가 높아지겠지만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등 주요 업체 제품들을 대체할 수 있을지 검증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대만 테스트 기관 실험 결과 CXMT의 DDR5는 60℃ 이상 고온에서 불안정한 반면 삼성전자는 -40℃부터 85℃까지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CXMT의 가장 큰 무기는 가격 경쟁력이다. CXMT는 한국·일본·미국 메모리 기업보다 10~20% 낮은 가격으로 제품을 판매하고 있으며 DDR4는 시중가의 절반 수준으로 공급하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보고서에서 “AI 수요에 힘입은 메모리 슈퍼사이클이 본격화됐지만 중국 CXMT의 성장세가 시장 경쟁의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