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중동 분쟁 장기화에 대비해 원유 수급 안정 조치를 사실상 상시 체제로 전환하고 있다. 당초 4~5월 한시 운영 예정이었던 ‘비축유 스와프’ 제도가 6월에 이어 7월까지 재차 연장이 검토되면서, 에너지 업계에서는 단기 응급 처방이 중장기 공급망 전략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양기욱 산업통상자원부 산업자원안보실장은 3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중동전쟁 대응본부’ 브리핑에서 “중동 분쟁 상황의 장기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비축유 스와프 제도를 7월까지 연장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업계 수요가 지속된다면 추가 연장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덧붙였다.
스와프 제도란…정유사 ‘생산 공백’ 메우는 안전핀
비축유 스와프는 정부가 보유한 원유를 민간 정유사에 먼저 빌려주고, 정유사가 해외에서 확보한 대체 물량이 국내에 도착하면 이를 돌려받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핵심은 ‘운송 시차’ 문제다.
국내 정유사들이 브라질·카자흐스탄·미국 등에서 대체 원유를 확보하더라도 실제 국내 도입까지는 최소 14일에서 최대 50일이 소요된다. 이 기간 발생할 수 있는 생산 공백을 정부 비축유로 메우는 구조다. 중동산 원유에 맞춰 설비를 구축한 국내 정유사 특성상, 수입선 전환에는 구조적 시간이 필요하다는 한계도 작용했다.

1477만→1600만 배럴…수요는 오히려 증가세
제도의 실효성은 수치로 드러난다. 4월 스와프 실적은 1477만 배럴로 집계됐으며, 5월에는 업계에서 1600만 배럴 규모의 신청이 접수된 상태다. 월별 신청량이 늘고 있다는 점은 정유업계가 제도를 적극 활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정부는 비축유 직접 방출 여부도 검토에 나선다. 양 실장은 “기업들이 대체 원유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 실제 방출 수요를 확인하고, 재고 상황에 따라 최종 방출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와프와 방출은 별개 수단으로, 스와프가 재고 유지형이라면 방출은 직접 판매 형태다.
UAE에서 미국·인도로…수입선 지도가 바뀌었다
중동 분쟁 전후로 나프타 수입선 구조도 뚜렷하게 달라졌다. 전쟁 전에는 아랍에미리트(23.5%), 알제리(15.6%), 카타르(12.6%) 등 중동 국가들이 상위권을 독점했다. 그러나 전쟁 이후에는 7위였던 미국이 24.7%로 1위로 부상하고, 인도가 23.2%로 2위에 올라서는 등 비중동 수입선 다변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스와프 연장이 단순한 기간 연장을 넘어, 정부가 중동 리스크를 구조적으로 내재화하는 신호로 읽힌다고 분석한다. 양 실장이 “한두 달의 비상조치가 아니라 한동안 계속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운영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힌 대목이 이를 뒷받침한다. 시장에서는 정부의 이번 조치가 중동 의존 탈피라는 중장기 에너지 안보 전략의 실질적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