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이런 일이”…이탈하는 소비자들, 불안 떠는 이유가

해킹 불안에 하루 천 명 넘게 이탈
가짜 피해 사례 확산으로 혼란
노령층 정보 사각지대 놓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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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 이탈 가속 / 출처: 뉴스1

SK텔레콤 서버 해킹으로 유심 정보가 유출된 가운데, 검증되지 않은 피해 사례들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이용자들의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이에 따라 가입자들은 발 빠르게 타 통신사로 이동하는 모습이다.

SK텔레콤 가입자 이탈 가속화

28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지난 26일 SK텔레콤 가입자 1,665명이 다른 통신사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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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 이탈 가속 / 출처: 뉴스1

KT로 이동한 가입자가 1,280명, LG유플러스로 이동한 가입자가 385명이다. 알뜰폰으로 이동한 이용자까지 합치면 실제 이탈자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SK텔레콤은 평소에도 가입자 감소 경향을 보이지만, 이달 들어 가입자 이탈이 많은 날도 그 수가 200명을 넘지 않았던 점을 고려하면 이번 해킹 사고가 직접적인 원인인 것으로 분석된다.

유심 무상 교체 서비스를 시작한 28일에는 번호이동 시스템에 과부하가 걸렸다는 소문까지 온라인에 퍼졌으나, SK텔레콤은 이를 부인했다.

가짜 뉴스 확산으로 불안 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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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 이탈 가속 / 출처: 뉴스1

해킹 사태 이후 온라인에는 검증되지 않은 피해 사례들이 빠르게 확산됐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한 사용자가 자신의 명의로 8개의 이동통신 서비스가 가입됐다는 주장을 올려 불안을 증폭시켰다.

그러나 다른 누리꾼이 “내국인은 180일 이내에 3개 회선까지만 개통할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해당 주장은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또한 부산에서 SK텔레콤 사용자의 휴대전화가 먹통이 된 후 계좌에서 5천만 원이 빠져나간 사건도 IT 당국에 의해 이번 해킹 사고와 무관한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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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 이탈 가속 / 출처: 연합뉴스

당국은 “해당 계좌이체 사건은 SK텔레콤 서버 해킹으로 인한 유심 정보 유출과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이러한 불안감은 SK텔레콤뿐만 아니라 KT와 LG유플러스 이용자에게도 빠르게 번졌다. 본인인증 앱 ‘패스(PASS)’의 명의도용 방지 서비스는 사용자가 몰려 접속 장애가 발생하기도 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지난 주말 새 보안 서비스 가입자가 급증했다”고 전했다.

파격 보조금과 유심교체 현장의 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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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 이탈 가속 / 출처: 연합뉴스

급증하는 가입자 이탈에 대응하기 위해 SK텔레콤은 총력전에 나섰다. 타 통신사에서 번호이동 시 갤럭시 S25를 5만 원대에 제공하는 파격적 보조금 정책을 펼치고 있으며, 일부 판매점에서는 ‘공짜폰’까지 등장했다.

이에 방송통신위원회는 “단통법은 7월 말 폐지 예정으로 아직 유효하기 때문에 관련 규정 위반 여부가 있을 경우 휴대전화 유통점에 대해 조사 점검할 예정”이라며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동시에 SK텔레콤은 28일부터 전국 T월드 매장 2,600여 곳에서 유심 무상교체 서비스를 실시했지만, 준비된 물량은 수요를 따라가지 못했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대리점에는 오전부터 “금일 유심 재고 소진” 안내문이 붙었고, 대기 줄은 정오까지 길게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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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 이탈 가속 / 출처: 연합뉴스

이런 혼란 속에서 디지털 취약계층은 더욱 큰 어려움을 겪었다. 70세 김영남 씨는 “문자가 왔는데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며 “조만간 해외여행 갈 예정인데 자녀들이 이걸 가입하면 로밍이 안 된다고 해서 그냥 맘 편하게 교체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대리점을 찾았다가 유심 품절로 발걸음을 돌리던 74세 김영희 씨는 “이렇게 교체하기 어려울 줄 몰랐다”며 “이거 꼭 바꿔야 해요?”라고 되물었다.

더 심각한 것은 이번 사태를 아예 인지하지 못한 노인들이다. 80세 김용기 씨는 대리점 앞 사람들이 웅성대는 것을 보고 “무슨 일이 있느냐”고 물었고, 설명을 들은 후에도 “유심이 뭔지 몰라요”라며 어리둥절해했다.

온라인 예약 시스템을 이용할 줄 모르는 노인들은 결국 헛걸음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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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 이탈 가속 / 출처: 연합뉴스

김명주 서울여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디지털 환경에 익숙지 않은 분들의 피해는 회사가 일차적으로 책임져야 한다”며 “모든 기업이 보안을 비용이 아닌 투자 관점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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