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반도체의 전통적 비수기인 1분기, 그것도 글로벌 물류를 강타한 중동 사태가 한창인 상황에서 SK하이닉스가 역대 분기 최대 실적을 갈아치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단순히 전망치를 달성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시장 기대치마저 뛰어넘는 어닝 서프라이즈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SK하이닉스는 오는 23일 2026년 1분기 실적을 공개한다. 와이즈리포트가 집계한 컨센서스는 매출 50조 1046억 원, 영업이익 34조 8753억 원이다. 전년 동기(매출 17조 6391억 원, 영업이익 7조 4405억 원) 대비 각각 184%, 368% 급증한 수치다.
주목할 점은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이었던 지난해 4분기(영업이익 19조 1696억 원)와 비교해도 두 배에 가까운 성장세가 예상된다는 점이다. 단 한 분기 만에 기록을 다시 쓸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영업이익률 70%, TSMC마저 2분기 연속 추월 전망
업계에서 가장 주목하는 지표는 영업이익률이다. SK하이닉스의 1분기 영업이익률은 70%대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4분기 이익률이 58%로 파운드리 강자 TSMC를 처음 앞섰는데, 이번 분기에도 TSMC를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수익성의 핵심 동력은 두 가지다. 첫째는 AI 서버 수요 급증에 따른 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이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 범용제품의 지난달 평균 고정거래 가격은 13달러로, 지난해 4월 이후 11개월 연속 상승 중이다.
낸드플래시 가격은 더 가파르다. 낸드 범용제품의 지난달 평균 고정거래 가격은 17.73달러로, 전월 대비 39.95% 급등하며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 역시 15개월 연속 상승세다.
둘째는 환율 효과다. 반도체 수출 대금은 대부분 달러로 결제되는 구조여서, 달러·원 환율이 지난달 1530원을 넘어 장중 1546원까지 치솟은 것이 실적 개선에 직접 기여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삼성·마이크론·TSMC 모두 ‘어닝 서프라이즈’…SK하이닉스 기대감 연동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연이은 어닝 서프라이즈가 SK하이닉스에 대한 시장의 눈높이를 끌어올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 57조 2000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755% 급증했고, 마이크론의 최근 분기 매출은 시장 예상치 200억 달러를 훌쩍 넘긴 238억 달러였다. TSMC 역시 1분기 순익이 전년 동기 대비 58% 증가하며 시장 전망치를 상회했다.
이를 근거로 일부 증권사는 SK하이닉스의 1분기 영업이익이 컨센서스를 웃도는 40조 원을 넘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수치는 SK하이닉스의 2025년 연간 영업이익(47조 2063억 원)에 육박하는 규모다.
HBM 독점 지위·eSSD 수요까지…애널리스트들 ‘상회’ 한목소리
키움증권 박유악 연구원은 SK하이닉스의 1분기 영업이익으로 40조 원을 제시하며 “서버 D램과 eSSD 가격 급등으로 시장 기대치를 넘어설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유안타증권 백길현·임석민 연구원 역시 영업이익을 40조 4000억 원으로 예상하며 “시장 컨센서스를 상회할 전망”이라고 했다.
SK하이닉스는 AI 가속기에 탑재되는 HBM(고대역폭메모리)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확보하고, 주요 글로벌 빅테크에 안정적으로 물량을 공급하고 있다. 방대한 데이터 저장을 위한 기업용 SSD(eSSD) 수요까지 가세하면서, HBM에 국한되지 않는 전방위적 실적 개선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미국·이란 종전 협상 결과에 따른 환율 변동성은 단기 변수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들은 실적 자체보다 향후 수요 지속성과 공급 전략이 중장기 실적의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