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의 인구 유출이 35년째 이어지는 가운데, 생산과 소비, 고용이 동반 하락하는 ‘트리플 감소’ 현상이 본격화하고 있다. 3일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의 광공업 생산은 7.7%, 소매판매는 2.7% 각각 감소하며 전국 평균(각각 +1.6%, +0.5%)을 크게 밑돌았다. 고용률도 전년 대비 0.2%포인트 하락했다.
1990년 이후 지속된 서울의 순유출 규모는 지난해 2만6,769명을 기록했다. 주요 원인은 급등한 주택 가격이다. 2015년 8월 5억1,213만 원이던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지난해 8월 14억2,224만 원으로 10년간 70.7% 치솟았다. 같은 기간 전국 평균 상승률(27.2%)의 2.6배에 달하는 수치다.
특히 30·40대 생산·소비 연령층이 경기·인천 등 수도권 외곽으로 대거 이동하면서, 서울 경제의 기반 약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데이터처 관계자는 “서울에서 빠져나가는 인구 상당수는 거주할 집을 찾아 나서는 이들”이라며 “공공기관 이전 흐름에 따라 세종·충북으로의 유출도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청년은 오고 생산인구는 떠나고
서울의 인구 구조는 왜곡된 양상을 보인다. 교육과 직업을 찾아 20대 청년층은 유입되지만, 주거비 부담을 견디지 못한 30대 이상은 계속 빠져나가는 구조다. 지난해 서울의 20대 순유입률은 2.8%로 전국 최고였지만, 서울 전체 순유출률은 광주(1.6%)에 이어 1.3%로 두 번째로 높았다.
여기에 전국적인 저출생 추세까지 겹쳤다. 지난해 서울의 합계출산율은 0.63명으로 전국 최저 수준이며, 전국적으로도 사망자가 출생아보다 10만8,931명 많은 자연감소가 진행됐다. 올해 1월 기준 월간 인구 이동자는 56만8,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1.5% 증가했으며, 경기도(5,353명)와 인천(1,283명)의 순유입이 두드러졌다.
주목할 점은 경기도의 순유입 규모가 2025년 3만3,000명으로 역대 최소를 기록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경기도 신도시 개발로 서울 탈출 수요가 일부 해소됐지만, 동시에 추가 주택 공급 부족으로 이동 자체가 제한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쇠퇴 아닌 수도권 확장… 경제권은 충청까지”
다만 전문가들은 서울의 지표 하락을 단순 쇠퇴로 보기 어렵다고 분석한다. 김선함 한국개발연구원(KDI) 부연구위원은 “행정구역 기준만 보면 서울 생산성이 낮아진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수도권 전체 경제권을 고려하면 규모와 집중화는 오히려 확대되는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서울 지하철 1호선이 충남 천안까지 이어지는 등 교통망 확충으로 통근 가능 범위가 넓어지면서, 실질적인 ‘서울 생활권’은 확대되고 있다. 이상림 서울대 인구정책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서울이 인구·집값·공간 과밀화로 성장 여력이 제한됨에 따라 충청권까지 준수도권에 포함되는 상황”이라며 “수도권 확장과 경제권 재배치 과정으로 이해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주거비 격차 지속… 순유입 전환 가능성 낮아
그러나 낙관만 할 수는 없다. 서울과 경기·인천 간 집값 격차가 여전히 크고, 저출생과 고령화라는 구조적 변수가 겹쳐 있어 단기간에 순유입으로 전환될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 가격은 전년 대비 13.5% 급등해 주거비 부담은 오히려 심화됐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신도시 개발이 경기도 중심으로 진행되면서 서울의 주택 공급 부족이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며 “30·40대 생산인구 유출이 지속될 경우, 장기적으로 서울의 세수 기반과 소비 시장 위축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행정구역상 서울의 쇠퇴인지, 광역 경제권의 재편인지에 대한 논쟁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