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련공 30년 노하우, AI에 넘긴다…’보상은 누가, 얼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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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 암묵지 AI화 추진
현대차 아틀라스 / 뉴스1

수십 년간 현장에서 몸으로 익힌 감각과 직관. 이른바 ‘암묵지'(暗默知)가 AI 학습 데이터로 전환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문제는 그 결과물로 누가 얼마나 이익을 가져가느냐에 대한 기준이 전무하다는 점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480억 원 규모의 추경을 투입해 ‘제조 암묵지 기반 AI 모델 개발’ 사업을 오는 6월 시행할 계획이다. 30개 과제를 선정해 과제당 연간 16억 원을 지원하며, 제조기업과 AI기업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추진한다. 자동차·전자·조선·철강·화학·바이오·기계 등 주요 제조업 전 분야가 대상이다.

정책 자체보다 더 뜨거운 것은 그 이면의 갈등이다. 숙련 노동자의 경험이 AI 자산으로 전환될 때, 권리와 이익은 어디로 귀속되는가. 이 질문이 AI 시대 노동 갈등의 새로운 전선을 형성하고 있다.

기술 단절 막아야…고령화가 불러온 ‘암묵지 위기’

이 사업의 배경에는 제조 현장의 급격한 고령화가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제조업 내 50대 이상 근로자 비중은 2010년 15.7%에서 2020년 30.1%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숙련 인력의 은퇴가 본격화될 경우, 수십 년에 걸쳐 축적된 현장 노하우가 공백 없이 사라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정책의 출발점이다.

‘암묵지’는 기계의 미세한 소리나 진동만으로 설비 이상을 감지하거나, 온도·습도 변화에 따라 공정을 미세 조정하는 감각적 판단처럼 문서화가 어려운 지식을 말한다. 도제식 전수에만 의존해온 이 지식이 인력 감소와 함께 단절될 수 있다는 우려가 사업 추진의 핵심 논거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고령화와 인력 기피가 지속될 경우 산업 기반 자체가 약화될 수 있다”며 이 사업을 “선택이 아닌 필수 과제”로 규정했다.

세계적 AI 석학 얀 르쿤 뉴욕대 교수도 “AI는 물리 세계 이해 측면에서 아직 제한적이며, 텍스트 중심 학습만으로는 인간 수준에 도달하기 어렵다”고 언급한 바 있다. 현장 물리 데이터의 중요성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부 / 뉴스1

‘내 노하우로 만든 AI 수익, 기업이 독점?’…노동계 강한 반발

정작 데이터를 제공하는 당사자인 노동계의 반응은 싸늘하다. 한국노총은 “수십 년간 축적된 숙련이 AI 모델로 전환돼 기업의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질 경우, 그 이익을 어떻게 나눌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없다”며 “데이터를 제공한 노동자에 대한 권리 보장과 보상 체계가 선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동계가 지적하는 또 다른 핵심은 고용 구조의 변화다. 노동계는 “AI 도입은 일자리 축소와 직무 재편, 숙련 가치 하락 등 구조적 변화를 수반할 수밖에 없다”며 “이익 공유 구조 없이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정당성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정부 공고에는 숙련 노동자의 암묵지 제공에 대한 보상 기준이나 성과 공유 방안이 명시되지 않은 상태다.

해외서도 ‘기준 부재’…장기 갈등 불가피하다는 전망

유사한 시도가 해외에서 먼저 진행됐지만 해법은 아직 없다. OECD에 따르면 일본 건설업에서는 베테랑 노동자의 위험 판단 노하우를 AI로 전환해 산업재해 예측에 활용하는 시스템이 도입됐다. 국내 조선업계에서도 HD현대가 숙련 엔지니어의 노하우를 구현한 ‘명장 에이전트’ 개발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AI 학습 데이터 제공에 대한 대가 산정이나 지식 소유권 기준은 국내외 모두 명확히 정립되지 않은 상태다. 전문가들은 암묵지의 데이터화가 산업 경쟁력 유지에 필수적인 흐름이라는 점에는 공감하면서도, 제도적 장치 없이 추진될 경우 갈등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한다. 김 장관은 “충분한 협의를 통해 제도적 보완 방안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밝혔지만, 시장에서는 6월 시행 일정과 제도 정비 속도 간의 간극을 우려하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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