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수출 호황이 한국 경제 지표를 전례 없는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올해 3월 경상수지 흑자가 373억 달러로 월간 기준 사상 최대를 기록한 가운데,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이 같은 흑자 기조가 한국 GDP의 10%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골드만삭스는 11일(현지시간) 블룸버그를 통해 인공지능(AI) 호황에 힘입은 기술 수출 급증으로 한국과 대만이 이른바 ‘AI 주도 초대형 흑자(AI-driven super surplus)’ 국면에 진입했다고 분석했다. 이 흑자 규모는 한국 GDP의 10%, 대만 GDP의 20%를 각각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1분기 누적 경상흑자는 737억 달러로, 전년 동기 195억 달러의 약 4배에 달한다.
AI 수출, 10년 만에 3배 뛰었다
골드만삭스 수석 이코노미스트 앤드루 틸턴 팀은 한국의 AI 관련 수출이 올해 GDP의 30%에 육박하는 수준에 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지난 10년간 GDP 대비 10% 미만에 머물렀던 것과 비교하면 약 3배 확대된 규모다.
3월 한국 수출은 943억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56.9% 급증하며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상품수지 흑자도 350억 달러를 기록해 전년 동월(97억 달러) 대비 3.6배 수준으로 늘었다. 골드만삭스는 “이번 AI 붐은 한국과 대만에 있어 사상 최강의 기술 사이클”이라며 “반도체 수출 규모가 에너지 가격 경로를 완전히 압도한다”고 밝혔다.
금리 인상 압력 본격화…통화 절상도 변수

흑자 급증은 중앙은행 정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한국은행이 3분기와 4분기에 각각 0.25%포인트씩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전망했다. 대만 중앙은행 역시 2분기와 4분기에 각 0.125%포인트(12.5bp) 올릴 것으로 예측했다.
현재 흑자 자금은 한국의 경우 주로 해외 주식 투자로, 대만은 외화 예금 형태로 재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골드만삭스는 “AI 주도 수출 붐이 과도하게 커진 만큼 양국 통화 모두 절상 압력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K자형 성장의 그늘…비기술 부문은 ‘딴 세상’
골드만삭스는 이 같은 구조를 ‘K자형 사이클’로 규정했다. AI·반도체 부문이 사상 최고 호황을 구가하는 동안, 비기술 수출은 역내 공급 과잉과 에너지 충격으로 부진이 이어질 것이라는 진단이다.
이코노미스트들은 “K자형 사이클은 선별적이고 신중한 재정 정책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경제성장률은 2025년 1.0%에서 올해 2.5%로 반등이 예상되지만, 기술 붐이 성장 변동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도 리스크 요인으로 꼽힌다. 국제금융센터 집계 기준 주요 IB 8곳의 평균 성장률 전망치는 4월 말 기준 2.4%로, 한 달 새 0.3%포인트 상향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