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에 벌어진 ‘초유의 사태’에 “버티면 나아질 줄 알았는데”… 서민들 ‘피눈물’

밥상·월세·옷값 ‘트리플 쇼크’,
서민들 지갑 ‘텅텅’ 비어간다

“월급 빼고는 정말 다 오르는 것 같다.” 직장인 A 씨의 한숨 섞인 푸념이 더는 남의 이야기로 들리지 않는다.

먹고, 자고, 입는 문제와 직결된 의식주 물가가 전체 물가보다 훨씬 가파르게 치솟으며 서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최근 5년간 의식주 물가는 연평균 4.6%나 뛰어올라, 같은 기간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2.8%)을 1.6배나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월세에 관리비 폭탄까지”…주거비 부담에 ‘휘청’

서민들의 어깨를 가장 무겁게 짓누르는 것은 단연 주거 비용이었다. 한국경제인협회가 16일 발표한 ‘민생물가 상승 요인 분석 및 대책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주거 물가는 연평균 5.5%라는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특히 원료 수입 의존도가 높은 전기·가스 요금이 연평균 7.0%나 급등하며 주거비 상승을 이끌었다. 이는 코로나19 사태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 에너지 가격이 폭등한 탓이 크다.

여기에 인건비와 전기료 인상이 겹치면서 아파트 관리비 또한 크게 올랐다. 실제로 2019년 ㎡당 2,245원이던 공동주택 관리비는 올해 2,988원으로 33.1%나 치솟았다.

국민 평형으로 불리는 전용 84㎡ 아파트에 사는 가구라면, 5년 전보다 매달 6만 원이 넘는 관리비를 더 내게 된 셈이다.

“금겹살에 금란”…무섭게 오르는 밥상 물가

밥상 물가도 비상이다. 식료품과 외식비를 포함한 식생활 물가는 연평균 4.6% 오르며 주거비의 뒤를 이었다.

농산물 유통 비용이 소비자 가격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구조적인 문제와 기후 변화로 인한 국제 농식품 가격 상승이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 9월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소비자물가동향을 보면 이러한 현실은 더욱 뚜렷해진다.

커피는 1년 전보다 15.6%나 올랐고, 빵(6.5%), 돼지고기(6%), 달걀(9%) 등 식탁에 자주 오르는 품목들의 가격이 줄줄이 인상됐다. 한 외식업계 관계자는 “음식 가격을 올리지 않고는 버틸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의류 물가 역시 연평균 2.9%씩 꾸준히 오르며 가계에 부담을 더하고 있다. 보고서는 다품종 소량 생산 방식, 소비자의 브랜드 선호 현상, 인건비 상승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서민들의 물가 부담을 덜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보고서는 의류 제조 과정에 인공지능(AI)을 도입해 원가를 절감하고, 농산물 유통 구조를 개선해 가격 안정을 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공동주택 공용 공간에 에너지 절감 시설을 설치하거나 인근 단지가 공동으로 관리 인력을 운용하는 등 주거비 절감 방안도 대안으로 제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