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쓸어담았는데 “끝내 칼 뽑았다”…잘 나가던 1위 기업 ‘결국’

댓글 0

김천·나주 공장 일부 철거
불황 속 석화업계, 생존 위해 ‘칼 뽑았다’
석유화학
석유화학 업계 구조조정 / 출처 : 연합뉴스

국내 석유화학 산업이 장기 불황 속에서 대규모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공급과잉과 수요 둔화가 맞물린 현 상황이 언제 끝날지 불투명해 기업들은 생존을 위한 ‘선택과 집중’ 전략을 서두르고 있다.

LG화학, 거점 정리로 ‘선택과 집중’ 나섰다

국내에서 석유화학·화학 업계 1위를 기록한 LG화학은 최근 경북 김천공장 전면 철거와 전남 나주공장 일부 설비 철거를 결정했다.

석유화학
석유화학 업계 구조조정 / 출처 : 연합뉴스

김천공장은 기저귀·위생용품에 쓰이는 고흡수성수지(SAP)를 연간 9만 톤 생산했지만, 설비 노후화와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원가 경쟁력을 잃었다.

나주공장에서는 산업·건축용 접착제 원료인 SAL(스타이렌 아크릴레이트 라텍스) 설비를 철거하고, 이를 대산의 신규 공장으로 이전하기로 했다.

LG화학은 워터솔루션과 에스테틱 사업을 매각하는 등 비핵심 사업 정리에 속도를 내고 있으며, “지금은 효율화를 통해 체질을 강화해야 할 시기”라는 입장을 밝혔다.

회사 내부에서는 앞으로도 미래 성장 동력과 연관성이 낮은 사업부터 순차적으로 재검토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발 공급과잉…셧다운 도미노 우려

석유화학
석유화학 업계 구조조정 / 출처 : 뉴스1

국내 석유화학 업계의 침체는 2022년부터 심화됐다. 과거 안정적인 수익처였던 중국 시장이 자국 내 설비를 대규모 증설하며 저가 물량을 쏟아내자, 국내 기업들이 역공을 맞았다.

최근 3년간 동북아에서만 국내 전체 생산능력의 2배가 넘는 2500만 톤 규모 설비가 늘어났고, 평균 가동률은 15% 이상 하락했다.

여천NCC는 자금난으로 공장 가동을 멈추고 부도 위기에 놓였으며, LG화학과 롯데케미칼도 일부 생산라인을 중단했다.

업계는 앞으로 3년간 1500만 톤의 신규 설비가 가동될 예정이어서 2030년 이전에 불황이 끝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여천NCC 사태는 시작일 뿐, 연쇄적인 구조조정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석유화학
석유화학 업계 구조조정 / 출처 :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특히 중소·중견 규모의 가공·폴리머 기업들이 대기업보다 더 빠르게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정부도 손을 놓고 있지 않다. 지난해 발표한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을 토대로 설비 폐쇄, 사업 매각, 합작법인 설립 등을 지원하는 법·제도 개선과 금융·세제 지원책을 준비하고 있다.

산업은행을 통해 1조 원 규모의 사업 구조 전환자금, 총 3조 원 규모의 정책금융을 융자·보증 형태로 공급해 기업의 자발적 재편을 유도할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가 장기적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정부가 약속한 후속 대책에 연구개발과 인력 재배치, 지역 산업단지 재편까지 포함된다면, 이번 구조조정은 ‘생존’에서 ‘도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0
공유

Copyright ⓒ 이콘밍글.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