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48% 급등에도 ‘유가 공포’…한국 경제, 중동 전쟁의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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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3월 수출액 월 최대 달성
부산항 신선대부두, 김만부두 / 연합뉴스

반도체 수출이 전년 대비 48%나 급증하는 호조를 보이는 동안, 정작 가계는 물가 충격에 신음하고 있다. 겉으로는 수출 호황이지만 안으로는 소비 심리가 무너지는 한국 경제의 이중 구조가 정부 공식 문서를 통해 확인됐다.

재정경제부는 15일 ‘2026년 5월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을 발표하며 “1분기 성장세가 큰 폭 확대되는 등 경기 회복 흐름이 이어지고 있으나, 중동전쟁에 따른 경기 하방 위험이 지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달 ‘우려가 있다’는 미래형 표현에서 ‘지속되고 있다’는 현재형 확정으로 바뀐 것으로, 리스크가 가능성을 넘어 현실이 됐음을 시사한다.

유가 106달러의 파장…물가·소비 동반 충격

중동 전쟁의 여파는 국제 에너지 시장을 통해 국내 민생으로 직결되고 있다. 두바이유가 배럴당 106달러를 기록하면서 지난달 국내 석유류 물가는 전년보다 21.9%나 치솟았다.

수출
서울 시내 한 주유소 / 뉴스1

4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대비 2.6% 상승해 전월(2.2%)보다 오름폭이 확대됐고, 생활물가지수는 2.9%까지 올랐다. 휘발유는 리터당 1,986원, 경유는 1,979원까지 상승했으며, 정부가 최고가격제를 3차례 연속 동결하며 방어에 나섰지만 유가 상승분이 다른 품목으로 전이되면서 전반적인 물가 상승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물가 상승이 소비 심리를 직격했다. 4월 소비자심리지수(CSI)는 99.2로, 전월 대비 7.8포인트 급락했다.

수출 ‘48%’ 호황 뒤에 가려진 고용 절벽

반도체·컴퓨터·무선통신 수출 확대에 힘입어 4월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48.0% 증가했고, 일평균 수출액은 35억 8,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3월 설비투자(+1.5%)와 소매판매(+1.8%)도 전월 대비 개선세를 나타냈다.

그러나 고용 시장은 다른 그림을 보여준다. 4월 취업자 수는 전년 동월보다 7만 4,000명 늘어나는 데 그쳐, 전월(20만 6,000명)의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특히 청년층 취업자는 19만 4,000명 줄며 42개월 연속 감소라는 뼈아픈 기록을 이어갔다.

조성중 재경부 경제분석과장은 “조선·바이오·헬스 등에서도 증가세가 나타나고 있어 반도체 수출 호조가 내수 회복 흐름과 병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 과장은 반도체가 가장 앞서가지만 내수 회복 흐름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 “비상 대응 유지”…전망은 여전히 불확실

재경부는 글로벌 경제가 완만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으나, 중동전쟁의 영향으로 국제 금융시장과 에너지 가격 변동성 확대, 공급망 차질, 성장 둔화 가능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부는 비상경제 대응체계를 유지하며 고유가 피해지원금 등 추경 신속 집행과 주요 품목 수급 관리를 통해 민생 안정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기업심리지수(CBSI)가 94.9로 전월보다 0.8포인트 상승하는 등 기업 심리는 소폭 개선됐지만, 소비자 심리와의 온도 차가 벌어지는 점은 향후 내수 회복 경로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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