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조 쏟은 삼성마저 넘어섰다”…SK하이닉스 1위 오른 ‘비결’

하이닉스, 6년 만에 삼성 제쳤다
반도체 중심 ‘선택과 집중’이 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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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기업 평가 / 출처 : 연합뉴스

“돈을 더 많이 썼다고 이기는 건 아니었다.”

지난 2024년은 삼성전자가 88조 원을 투자한 한 해였다. 그러나 국내 500대 기업 경영 평가에서 정상에 오른 것은 단 21조 원을 투자한 SK하이닉스였다.

하이닉스, ‘HBM 효과’로 6년 만에 왕좌 탈환

CEO스코어가 14일 발표한 ‘2025년 500대 기업 경영평가’ 결과에 따르면, SK하이닉스가 622.9점으로 종합 1위를 차지했다. 2019년 이후 6년 만의 일이다. 삼성전자는 596.0점으로 2년 연속 2위에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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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기업 평가 / 출처 : 연합뉴스

이번 평가는 국내 500대 기업 중 사업보고서를 제출한 268곳을 대상으로 고속 성장, 투자, 글로벌 경쟁력 등 8개 부문을 종합 평가해 선정됐다.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 메모리(HBM) 시장에서의 실적 성장과 안정적 경영 지표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삼성전자는 설비 투자 53조 원, R&D 35조 원 등 총 88조 원을 쏟았으나, 효율성과 수익성 측면에서 하이닉스의 선전을 넘어서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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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기업 평가 / 출처 : 뉴스1

투자 부문에서는 삼성전자가 여전히 압도적인 규모를 자랑했지만, 경영 성과의 ‘질’에서 하이닉스가 앞섰다는 평가다. 여기에 HBM 기반 수요 증가가 실적을 밀어 올리며 평가 전반에 영향을 미쳤다.

리밸런싱 2년 차…SK의 ‘선택과 집중’ 통했다

이번 하이닉스의 약진은 SK그룹의 전방위 사업 재편 전략과 맞닿아 있다. SK는 에너지, 반도체, 인공지능(AI)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하며 리밸런싱을 추진해왔다.

반도체 부문에서는 하이닉스를 중심으로 소재·가스·모듈·리사이클링까지 밸류체인을 통합했고, AI 부문에서는 SK브로드밴드가 데이터센터 9곳을 확보하며 인프라를 강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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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기업 평가 / 출처 : 뉴스1

에너지 분야에서는 SK이노베이션과 SK E&S를 합병해 105조 원 자산의 아시아 최대 민간 에너지 기업으로 재탄생했다.

이 같은 구조조정은 단순한 몸집 줄이기가 아니라 핵심 사업에 자원을 집중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하이닉스의 21조 원 투자로 삼성전자의 4배를 넘는 금액을 뛰어넘은 것은 단순한 숫자 경쟁이 아니라 전략의 성과였다. SK그룹은 계열사 수를 줄이고, 차입금을 줄이며, 선택과 집중에 힘을 실었다.

반면 삼성전자는 하만 이후 대형 인수 부재와 주력 사업의 수익성 정체 속에 체력만 키운 셈이 됐다. 경영 성과는 단순한 규모보다, 그 자금이 어디에 어떻게 쓰였느냐에 따라 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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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기업 평가 / 출처 : 뉴스1

SK하이닉스의 이번 1위는 고성장 산업에 전략적으로 집중하고, 수익성 있는 영역에 과감히 투자한 결과였다. 앞으로 기업 간 격차는 전략의 예리함에서 갈릴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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