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기름값 누르자 소비 폭증?…세금 지출 효과 논란 가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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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 최고가격제 실효성 논란
양기욱 산업통상부 산업자원안보실장 / 뉴스1

1997년 유가 자유화 이후 약 30년 만에 부활한 석유 최고가격제를 두고 공방이 격화하고 있다. 핵심은 하나다. 정부가 세금을 쏟아부어 기름값을 누르는 게 과연 효과가 있는가, 아니면 재정만 갉아먹는 무용지책인가.

양기욱 산업통상자원부 산업자원안보실장은 21일 정부세종청사 브리핑에서 “최고가격제는 비상한 상황에 맞춰 취한 비상한 조치”라며 일본과 유럽 사례를 근거로 정책의 정당성을 피력했다.

한국, 미국보다 낮고 일본보다 높다

정부가 내세운 국제 비교 수치는 뚜렷한 대비를 보인다. 중동전쟁 발발 직전인 2월 27일을 기준으로, 이날 현재 한국의 휘발유 가격은 18.4%, 경유는 25.0% 상승했다.

같은 기간 미국은 휘발유 35.6%, 경유 47.1% 올라 한국보다 2배 가까이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유럽(영국·프랑스·독일)의 경우 휘발유는 한국과 비슷한 17% 안팎이었고, 경유는 30% 이상 올라 한국보다 5%포인트가량 상승 폭이 컸다.

반면 일본은 휘발유 7.28%, 경유 9.40%에 그쳐 한국보다 훨씬 낮은 상승률을 유지했다. 일본 정부 역시 2022년부터 정유사 도매 단계에 직접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가격 인상을 억제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수십조 원의 세금이 투입됐다.

석유 최고가격제' 논쟁 속 기름값 - 뉴스1
석유 최고가격제’ 논쟁 속 기름값 / 뉴스1

소비 줄었나, 늘었나…수치 해석이 엇갈린다

최고가격제의 실효성을 둘러싼 수치 논쟁도 가열되고 있다. 야당은 제도 도입 이후 불과 2주 만에 휘발유 소비가 24.7%, 경유 소비가 16.4% 각각 증가했다고 주장한다. 기름값이 묶이자 소비 심리가 오히려 자극됐다는 지적이다.

이에 맞서 정부는 오히려 소비가 12.4% 감소했다고 반박했다. 산업부는 화물차 운전자와 농업인 등 생계형 소비자가 경유 사용량의 60%를 차지하며, 이들에 대한 보호 기능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가격 억제 효과와 수요 반응 사이의 인과관계를 단기 데이터만으로 단정하기 어렵다”면서도 “4조 2,000억 원 규모의 정유사 손실 보전 예산이 중장기적으로 국가 재정에 누적되는 청구서가 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비축유 스와프 3,200만 배럴…공급망 불안은 현재 진행형

정부는 국내 4대 정유사의 비축유 스와프(SWAP·교환) 신청 물량이 약 3,200만 배럴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4월까지 1,070만 배럴, 5월까지 1,500만 배럴이 처리될 예정으로, 신청의 70% 이상이 유종 교환이 아닌 ‘시간 앞당기기’ 스와프에 집중돼 있다.

양 실장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대체 물량을 구하는 데 시차가 발생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와 약속한 비축유 방출 시기도 5월 이후를 놓고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산업부는 반도체·자동차·배터리·조선 등 핵심 산업의 소재인 헬륨, 알루미늄 휠, 황산니켈 등은 현재 공급 차질 동향이 없다고 확인했다. 수액제 포장재, 주사기류 등 의료용품도 평시 재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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