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최고의 인공지능(AI) 칩 기업이 65%의 매출 성장을 기록하는 동안, 정작 그 성장을 이끈 최고경영자(CEO)의 보수는 되레 줄어들었다. 엔비디아가 이끄는 AI 반도체 시대의 역설이다.
엔비디아는 12일(현지시간) 젠슨 황 CEO에게 지급된 2026 회계연도(2025년 2월~2026년 1월) 총 보수액이 3천634만 달러(약 541억7천만원)라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공시했다. 이는 전년도 4천987만 달러에서 27% 감소한 수치다.
보수 감소의 핵심, 주식보상 36% 급감
총보수 감소의 결정적 원인은 전체 보수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식보상의 급감이다. 황 CEO의 2026 회계연도 주식보상은 2천480만 달러로, 전년도 3천881만 달러 대비 36% 줄었다.
반면 기본급(149만7천 달러)과 지분과 무관한 성과급(600만 달러)은 전년과 동일하게 유지됐다. 기타 보상 404만 달러에는 주거 보안, 개인 여행 관련 보안, 자문료, 운전기사 서비스, 전용기 동행 손님 비용, 연금 납입액 등이 포함된다.
‘표면적 삭감’ 뒤에 숨겨진 2천억원의 실체
단순히 보수가 줄었다고 단정 짓기 어려운 대목도 있다. 황 CEO는 과거에 부여받은 성과연동주식(PSU) 중 111만3천555주가 해당 회계연도에 지급되면서 1억4천131만 달러(약 2천106억원) 상당의 주식을 실질적으로 확보했다.
PSU는 수년에 걸쳐 설정된 매출 성장률·이익률 등 경영 목표 달성도에 따라 사후 지급되는 지연형 보상이다. 이번에 지급된 물량은 2023~2025년의 성과 목표가 충분히 달성됐음을 이사회가 공식 인정한 결과로 해석된다.
보상 전문가들은 “공시상 총보수 감소와 PSU 현물 취득은 별개 항목”이라며, “표면적인 급여 삭감 이면에 수천억원 규모의 장기 성과보상이 실현됐다는 점에서 단순 비교는 오해를 부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성장 둔화 신호인가, 보상 구조 정상화인가
시장 일각에서는 이번 보수 변화를 엔비디아의 성장 모멘텀 약화의 신호로 읽는 시각도 있다. 매출 성장률 65%는 절대적으로 높은 수치이지만, 직전 회계연도의 세 자릿수 성장률과 비교하면 뚜렷한 속도 감소다.
AMD의 AI 가속기 점유율 확대, 자체 칩 개발에 나선 클라우드 기업들의 움직임 등 경쟁 환경 변화가 이사회의 보상 설계에 반영됐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반면 ESG 관점에서 ‘과도한 CEO 보수’에 대한 주주 및 여론의 압박이 커지는 추세를 반영한 정책적 조정이라는 해석도 공존한다. 반도체 업계 전문가들은 보수 공시보다 2026년 2~3분기 실적 가이던스가 엔비디아의 실질적인 성장 궤도를 가늠하는 더 중요한 지표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