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마저도…”이제 한국서 아프면 큰일 난다?” 업계는 ‘날벼락’

미국행 선택하는 간호사 5년 새 7배 급증
“주 3일 근무해도 한국보다 두 배 연봉”
장롱면허 보유자도 24만 명 넘어 역대 최고
간호사
간호사 인력 유출 / 출처: 연합뉴스

“내년 봄에는 꼭 뉴욕에 있을 거예요. 여기선 아무리 열심히 해도 안 됩니다.”

오늘도 밤새 근무를 마치고 지쳐 돌아온 박 모 씨(29·가명)는 미국 간호사 면허시험 교재를 펼쳤다.

대학병원에서 3년 차 중환자실 간호사로 일하는 그는 매일 20명 이상의 환자를 돌보며 체력적 한계를 느낀다고 전했다.

미국에선 환자 5명만 담당해도 지금 연봉의 두 배를 받는다는 말에 더 이상 한국에 머물 이유가 없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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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 인력 유출 / 출처: 연합뉴스

숙련된 간호인력 해외로 ‘엑소더스’

국내 간호인력의 해외 유출이 가속화되고 있다. 17일 뉴스1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 간호사 면허시험 ‘엔클렉스’ 응시자는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다.

2020년 377명에 불과하던 한국인 응시자는 2021년 635명, 2022년 1816명으로 증가하다가 2023년에는 3299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2636명으로, 5년 전 대비 약 7배 급증한 수치다.

의료계에서 우려하는 점은 미국 병원 취업을 위해서는 중환자실, 수술실, 응급실 등 핵심 부서에서 최소 2년 이상의 임상 경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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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 인력 유출 / 출처: 연합뉴스

이는 국내 ‘필수의료’ 현장에서 경험을 쌓은 숙련된 간호사들이 대거 해외로 유출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미국간호사학원 관계자는 “과거에는 자녀 교육이나 이민을 목적으로 중년 간호사들이 주로 시험을 봤지만, 요즘은 수강생 10명 중 9명이 20~30대 젊은 간호사들”이라고 설명했다.

현장 떠나는 ‘장롱면허’ 간호사도 급증

해외 이주와 함께 또 다른 문제도 심각해지고 있다. 간호사 면허를 보유하고도 현장에서 일하지 않는 ‘장롱면허’ 간호사도 매년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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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 인력 유출 / 출처: 연합뉴스

12일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표한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비활동 간호사는 2020년 21만 878명에서 2021년 21만 7542명, 2022년 22만 6698명으로 꾸준히 증가하다가 지난해에는 24만 4227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의료 분야를 완전히 떠나는 간호사들의 수도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의료기관이 아닌 곳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는 2018년 5만 8636명에서 2020년 6만 8689명으로 늘었다.

이들은 주로 공공기관 및 정부기관(38.11%), 교육기관(27.26%), 복지시설(11.02%) 등으로 이직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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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 인력 유출 / 출처: 연합뉴스

“한 번 떠나면 돌아오지 않아” 의료체계 비상

국내외로 유출되는 간호 인력의 증가는 의료체계 전반에 심각한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

2021년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보건의료인력 실태조사’에서는 간호사들이 현장을 떠나는 주요 원인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간호사들은 전문직으로서의 자부심 결여, 독립적 업무 수행의 어려움, 가정생활과의 병행 부담을 주된 어려움으로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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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 인력 유출 / 출처: 연합뉴스

특히 ‘태움’으로 대표되는 직장 내 갈등과 교대근무로 인한 신체적·정신적 피로가 이직을 결정하는 주요 요인이었다.

현재 국내 간호사 1명당 평균 환자 수는 상급병원 기준 16.3명으로, 미국(5.4명)의 3배에 달한다. 대한간호협회는 환자 중증도에 따라 간호사 한 명이 5~7명의 환자만 담당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간호계 관계자들은 “처우 개선의 핵심은 한 명의 간호사가 돌봐야 하는 환자 수를 줄이는 것”이라며 “현행 의료법상 규정은 있지만 강제력이 없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수진 의원은 “인력배치 기준을 현실에 맞게 재조정하고, 간호간병서비스를 확대해 간호사와 환자 모두의 부담을 줄여야 한다”며 구체적 대안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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