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1인당 평균 9천500만원 첫 돌파
고신용자들 대출금리 18%에도 저축은행으로
한국 가계의 빚 부담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저금리 시대가 막을 내리고 고금리 시대가 본격화됐음에도 가계대출은 증가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은행 문턱이 높아지면서 서민들이 고금리 대출로 내몰리고 있다는 점이다.
대출 규제 속 늘어난 비은행권 대출의 연체율 증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이 한국은행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기준 가계대출 차주의 1인당 평균 대출 잔액이 9천505만원을 기록했다.
이는 2021년 1분기에 처음으로 9천만원을 돌파한 이후 3년 6개월 만에 다시 기록을 경신한 수치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기준금리가 0.5%에서 3.5%로 7배나 급등했음에도 가계대출 증가세가 꺾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난해 2분기 말 9천332만원이었던 1인당 평균 대출 잔액은 5분기 연속 증가하며 증가세를 이어갔다. 전체 가계대출 차주 수는 3분기 말 1천974만명으로, 4분기 만에 처음으로 증가세로 전환됐다.
더욱 심각한 것은 비은행권 대출의 연체율 증가다. 올해 3분기 말 기준 비은행 연체율은 2.18%로, 2015년 3분기 이후 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이 0.36%로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이러한 현상의 이면에는 은행의 대출규제 강화로 인한 풍선효과가 자리잡고 있다. 은행계 저축은행의 경우, 신용점수 900점이 넘는 고신용자 비중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IBK저축은행의 ‘i-빅론U플러스’ 상품은 900점 초과 고객 비중이 6월 5.1%에서 10월 20.6%로 4개월 만에 15.5%포인트나 급증했다.
문제는 이렇게 저축은행으로 밀려난 고신용자들이 최대 3배에 달하는 고금리를 감당해야 한다는 점이다.
5대 은행의 900점 초과 고객 대상 신용대출 평균금리가 4.58~5.63%인 반면, 저축은행은 같은 신용등급 고객에게도 10.21~18.65%의 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최근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비은행권 대출 증가가 확대될 경우 연체 가구 비중이 더 높아질 수 있다”며 강화된 관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금융권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지속될 경우 가계부채 문제가 금융시스템 전반의 리스크로 확대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현재 정부와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증가세 관리를 위해 다각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단순한 대출 규제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민들의 실질적인 소득 증가와 함께 합리적인 대출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박성훈 의원은 “우리 경제의 뇌관인 가계대출이 급증하지 않도록 촘촘하게 관리하고 취약층의 가계 빚 경감 대책을 마련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저소득층과 자영업자들을 위한 맞춤형 금융지원 확대와 함께, 금리 부담 완화를 위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