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성공했다 무너진 청년들
일할 곳 많아도 맞는 일자리 없어
‘쉬었음’ 청년 50만 명 사상 첫 돌파

“3개월 만에 그만뒀다더니, 또 집에만 있네요. 다음 취업은 언제 할지…” 서울 강남구에 사는 김 모 씨(58)는 최근 대기업에 취업했다가 금방 퇴사한 아들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해 취업한 아들은 회사 업무가 자신과 맞지 않는다며 얼마 못 가 퇴사했다. 김 씨는 이미 두 번째 퇴사라며 우려를 내비쳤다.
김 씨의 아들처럼 취업해도 오래 다니지 못하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일자리를 구하지 않고 ‘쉬는’ 청년층도 사상 처음으로 50만 명을 넘어섰다.
1~3년 내 퇴사하는 신입사원들

HR테크기업 인크루트가 13일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조기 퇴사한 신입사원의 평균 근속 기간은 ‘1~3년’이 60.9%로 가장 많았다. ‘4개월~1년 미만’이 32.9%, ‘3개월 이하’가 6.3%로 뒤를 이었다.
인사 담당자들은 신입사원의 조기 퇴사 이유로 ‘직무 적합성 불일치'(58.9%)를 가장 많이 꼽았다. ‘낮은 연봉'(42.5%), ‘맞지 않는 사내 문화'(26.6%)도 주요 원인으로 지적됐다.
이러한 신입사원의 퇴사는 조직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80.5%가 그렇다고 답했으며, 그 이유로는 ‘시간과 자원의 비효율성'(37.6%), ‘재직자들의 업무 부담 상승'(32%)이 상위를 차지했다.
취업 포기하고 ‘쉬는’ 청년 급증

심지어 취업했다가 그만두는 청년들 외에도, 취업 자체를 시도하지 않고 ‘쉬는’ 청년들이 급격히 늘고 있어 사회적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달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쉬었음’ 상태의 청년(15~29세)은 50만 4000명으로 집계됐다. 2022년 39만 명에서 3년 만에 11만 4000명이 급증한 셈이다.
특히 20대 후반(51.4%), 전문대졸 이상(64.7%), 남성(58.9%)에게서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졌다. 문제는 쉬었음 청년 중 75.7%가 “구직 의사가 없다”고 응답했다는 점이다.
쉬었음 청년들이 가장 많이 꼽은 이유는 ‘원하는 일자리를 찾기 어려워서'(30.8%)였다. 단순히 일자리가 없어서(9.9%)가 아니라, 자신에게 맞는 일자리를 찾지 못해 구직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취업 준비할 때는 늘 불안했는데, 막상 취업하고 보니 회사가 원하는 인재상과 내 가치관이 전혀 맞지 않았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한 청년의 솔직한 하소연은 오늘날 청년들이 직면한 고용 현실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3년 이상’ 미취업자 급증… 구조적 위기 경고등
더욱 우려되는 것은 일시적으로 쉬는 것을 넘어 장기간 미취업 상태가 이어지는 청년들이 점점 늘고 있다는 사실이다.
통계층의 경제활동인구 조사 결과, 지난해 취업 준비 기간이 3년을 넘긴 청년이 23만 8천여 명에 달했다.

이는 1년 전보다 약 2만 명(9.3%) 증가한 수치다. 반년 이상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청년도 전년 대비 12.4% 늘어났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장기화되는 청년 실업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 사회 구조적 위기로 발전할 가능성을 경고한다.
취업 단념이 길어질수록 다시 노동시장에 진입하기는 더욱 어려워지는 ‘이력 현상’이 고착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청년은 원하는 일자리가 없으면 1년 더 취업 준비를 하거나, 일자리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경우가 많다”며 “고령층은 정부의 직접 일자리 사업이 효과를 볼 수 있지만, 청년은 결국 원하는 일자리를 갖게 해주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청년이 선호하는 디지털 플랫폼 산업 등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 취업·창업 희망자가 자연스럽게 진입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플랫폼 분야 등 청년 선호 산업에 대한 규제 완화와 함께, 새로운 기술 분야에 대한 직업훈련 강화를 통해 청년 일자리 미스매치를 해소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자신이 뭐 할지 갈피를 못잡고, 일은 적게 돈은 많이. 이런 마인드니 오래 다닐수가 없지. 잡아 줄 수 있는 부모가 몇이나 될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