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스트리밍 1위 넷플릭스가 111억 달러(약 15조원) 규모의 초대형 인수전에서 전격 발을 뺐다. 할리우드 명문 스튜디오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를 품에 안으며 미디어 공룡으로 거듭날 기회를 스스로 접은 것이다. 불과 두 달 전만 해도 업계 판도를 뒤흔들 ‘빅딜’로 주목받았던 이 거래는, 파라마운트의 공격적 역제안 앞에서 허무하게 무산됐다.
넷플릭스는 26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워너브러더스 인수 포기를 공식화하며 “이 거래가 더 이상 재무적으로 매력적이지 않다”고 밝혔다. 테드 서랜도스·그렉 피터스 공동 최고경영자(CEO)는 “워너브러더스의 상징적인 브랜드들을 잘 관리할 수 있다고 믿었지만, 이 거래는 적절한 가격에서만 의미가 있다”고 선을 그었다.
파라마운트의 역습, 주당 3.25달러가 판을 뒤집다
넷플릭스의 포기 결정은 파라마운트가 주당 31달러 인수안을 제출하면서 촉발됐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12월 주당 27.75달러에 워너브러더스의 스트리밍·스튜디오 사업을 매수하기로 계약했지만, 파라마운트는 소송과 적대적 인수를 병행하며 끈질기게 구애했다. 주당 3.25달러, 약 11.7%의 프리미엄이 결국 승부를 갈랐다.
워너브러더스 이사회는 파라마운트의 제안을 “우월적 제안”으로 공식 판정하고, 넷플릭스에 4영업일의 대응 기회를 부여했다. 그러나 넷플릭스는 가격 경쟁에 뛰어들지 않고 거래에서 손을 떼는 쪽을 택했다. 파라마운트는 이번 거래를 위해 70억 달러의 역방향 종료 수수료까지 제시하며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가치는 맞지만 가격은 안 맞는다”… 넷플릭스의 전략적 후퇴
업계에서는 넷플릭스의 결정이 단순한 포기가 아닌 전략적 판단으로 분석하고 있다. 워너브러더스는 ‘해리포터’, ‘반지의 제왕’ 등 글로벌 프랜차이즈와 HBO 브랜드를 보유한 할리우드 대표 스튜디오다. 콘텐츠 경쟁력 강화에는 최적의 자산이지만, 83억 달러에서 111억 달러로 치솟은 거래가는 부담으로 작용했다.
실제로 넷플릭스 투자자들은 이 거래의 규모와 규제 불확실성에 우려를 표명해왔다. 글로벌 스트리밍 1위 기업이 대형 콘텐츠 라이브러리까지 흡수할 경우, 독점 규제 심사가 강화될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흥미롭게도 파라마운트의 입찰가 상향 이후 넷플릭스 주가는 오히려 상승세를 보였는데, 시장이 거래 이탈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는 분석이다.
스트리밍 전쟁의 판도, 파라마운트로 기울까
넷플릭스의 공백을 파라마운트가 채우면서 스트리밍 업계 지형도가 재편될 전망이다. 파라마운트는 전통 스튜디오·네트워크 통합 구조로 디즈니, NBCUniversal 수준의 미디어 거대기업으로 도약하게 된다. 약 45억 달러 자기자본과 57억 달러 이상의 차입금을 동원한 공격적 베팅이다.
미디어 전문가들은 “파라마운트의 승리는 가격뿐 아니라 규제 리스크 측면에서도 유리한 위치를 점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전통 미디어 기업 간 통합은 스트리밍 지배자의 콘텐츠 독점보다 규제 당국의 저항이 덜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시점(2026년 2월 27일) 기준 파라마운트가 제시한 4영업일 대응 기한 중 약 3영업일이 남은 상태지만, 넷플릭스의 공식 포기 선언으로 거래는 사실상 종료됐다.
넷플릭스는 이번 인수전 포기로 단기적 타격을 입었지만, 재무 건전성과 독립적 성장 전략을 유지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서랜도스와 피터스 공동 CEO는 “어떤 가격에라도 꼭 이뤄져야 하는 거래는 아니었다”며 선택적 M&A 기조를 재확인했다. 111억 달러 빅딜이 무산되면서, 스트리밍 전쟁의 다음 주인공은 파라마운트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