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률 80% 대박 났다”….국민연금이 이례적으로 ‘리밸런싱’ 미룬 속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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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수익률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 본부/출처-연합뉴스

국내 투자에서 80% 이상의 수익률. 지난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거둔 성적표다. 전체 수익률도 18.6%로 2024년 15%에 이어 2년 연속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달 26일 기금운용위원회에서 “해외에서도 20% 이상의 수익률을 달성했다”며 2025년 기금 규모가 전년 대비 241조원 늘어난 1,454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주목할 점은 국민연금이 이번에 내린 전략적 결정이다. 주가 상승으로 보유 주식 비중이 목표치를 넘어서도 자동으로 매도하는 ‘리밸런싱’을 한시 유예하기로 한 것이다. 37년간 737조7,000억원의 수익을 쌓아온 국내 최대 기관투자자가 왜 기계적 매도를 멈췄을까.

IT 28.7% 집중…북미 편중 70.5% 포트폴리오

국민연금 수익률
2025년 11월말 기준 국민연금의 포트폴리오 개요/출처-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홈페이지

2025년 11월 기준 국민연금의 포트폴리오를 들여다보면 해외주식 비중이 555조원(38.2%)으로 가장 크다. 이어 국내채권 309조7,000억원(21.5%), 국내주식 244조8,000억원(17%), 대체투자 228조6,000억원(15.9%) 순이다. 국내주식 내에서는 정보기술(IT) 섹터가 28.7%로 최대 비중을 차지했고, 산업(22.1%)과 금융(12.1%)이 뒤를 이었다.

해외주식의 지역 분포는 북미 집중이 두드렸다. 전체 해외주식의 70.5%가 북미 지역에 투자돼 있으며, 유럽(14%)과 아시아태평양(8.5%)은 상대적으로 소액이다. 세계 3위 규모의 운용자산을 보유한 국민연금의 이러한 구성은 글로벌 유수 기관들이 주목하는 ‘검증된 포트폴리오’로 인식된다. 실제로 세계 최대 사모펀드 칼라일, 스웨덴 발렌베리 가문의 EQT파트너스 등이 국민연금과 투자정보를 교류하고 자금을 위탁받아 운용 중이다.

“시장 영향 고려”…리밸런싱 유예의 이중성

국민연금 수익률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출처-뉴스1

국민연금은 통상 전략적자산배분(SAA) 허용범위인 ±3%포인트를 벗어나면 자동으로 매도에 나선다. 하지만 이번에는 국내주식 보유액이 목표 비중을 초과해도 당분간 팔지 않기로 했다. 기금위는 “기금 규모가 1,454조원까지 확대돼 리밸런싱 시행 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커졌다”며 “최근 국내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이 단기간 크게 변화해 명확한 평가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금융업계에서는 이를 ‘쌀 때 사고 비싸질 때 판다’는 국민연금의 기본 원칙을 2025년 국내 랠리 상황에 적용한 것으로 해석한다. 다만 일각에서는 단기 수익률 추구가 장기 안정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리밸런싱이 원래 리스크 관리 메커니즘인데 이를 유예하면 시스템 리스크에 노출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IT 비중 28.7%는 기술주 조정장에서 손실 확대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흥국 진출 예고…북미 편중 탈피 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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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식 시황(PG)/출처-연합뉴스

국민연금의 포트폴리오에는 또 다른 변화가 예고돼 있다. 김성주 신임 이사장이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신흥국에 5번째 해외사무소를 개설해 수익률을 높이겠다”고 밝힌 것이다. 현재 북미 70.5% 편중 구조를 다변화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2026년 자산배분 계획에서도 해외주식 목표 비중을 38.9%에서 37.2%로 낮추고 국내주식을 14.4%에서 14.9%로 소폭 확대했다.

대체투자 분야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기존 사모펀드, 부동산, 인프라 자산 중심에서 최근 천연자원·에너지, 세컨더리 크레딧 등으로 관심을 넓히고 있다. 대체투자 중 해외투자가 203조6,090억원으로 전체의 89%를 차지하는 만큼, 신흥국 전략이 실행되면 포트폴리오 지형이 상당히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2017년 본사의 서울에서 전주 이전 이후 인력유출 이슈가 반복되고 있어, 신흥국 진출 같은 고도의 전략을 실행할 역량이 충분한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금융 전문가들은 “2025년 18.6% 수익률이 AI·반도체 등 기술주 랠리의 수혜였던 만큼, 2026년 글로벌 금리와 환율 변동성이 커지면 지속 가능성은 불확실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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