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은 거래 ‘뚝’ 끊겼는데 “깜짝 반전 일어났다”… 들썩이는 서울 부동산

규제에 막힌 고가 주택 관심 이동
중저가 아파트 실수요 늘어나는 추세
빌라 매매도 2년 9개월 만에 급증
서울
중저가 아파트 거래 / 출처: 연합뉴스

“보통 강남이 움직이면 다른 지역도 따라간다고 하는데, 이번엔 정반대네요.” 서울 부동산 시장에 의외의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재지정 이후 강남 고가 아파트 거래는 얼어붙었지만, 중저가 아파트와 빌라 시장은 오히려 활기를 띠고 있다.

실수요 중심의 새로운 흐름이 서울 부동산 시장의 새 판도를 만들어가고 있다.

규제 피한 ‘중저가 지역’으로 매수자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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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저가 아파트 거래 / 출처: 연합뉴스

19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자료를 분석한 우리은행 WM영업전략부에 따르면, 토허구역 재지정 이후 서초구의 4월 거래량은 전월 대비 97.7%나 급감했다.

용산구(-92.0%), 강남구(-91.7%), 송파구(-89.9%) 등 토허구역 대상지 역시 거래가 거의 사라진 상태다.

반면 서대문구는 거래량 감소율이 25.1%에 그쳐 서울 25개 자치구 중 감소폭이 가장 낮았고, 동대문구도 28.4% 감소에 그쳤다. 이들 지역의 공통점은 중저가 아파트가 밀집해 있다는 점이다.

남혁우 WM영업전략부 부동산 연구원은 “토허구역 해제 이후 매매가격이 12억~13억 원대인 서대문구 가재울 뉴타운과 동대문구의 준신축 아파트 단지에서 거래가 상당수 일어났다”며 “상대적으로 가격 접근성이 좋은 신축 아파트 밀집지를 중심으로 실수요자 유입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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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저가 아파트 거래 / 출처: 연합뉴스

9억 이하 아파트 거래 비중 급증

이러한 흐름은 통계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 전용 85㎡ 이하이면서 9억 원 이하인 ‘중저가 아파트’ 거래 비중이 지난달 47.7%를 기록했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이는 지난해 12월(49.3%)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올해 1월 41.7%, 2월 33.4%, 3월 33.2%로 줄어들던 중저가 아파트 거래 비중이 4월에 갑자기 14.5%포인트나 급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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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저가 아파트 거래 / 출처: 연합뉴스

9억 원 이하, 9억 원 초과~15억 원 이하, 15억 원 초과~30억 원 이하, 30억 원 초과 등 4개 금액대에서 비중이 증가한 구간은 9억 원 이하뿐이다.

지역별로는 노원구가 345건으로 9억 원 이하 아파트 거래 건수 1위를 기록했으며, 동대문구(206건), 구로구(205건), 성북구(202건), 강서구(193건) 순으로 실수요 밀집 지역에서 거래가 활발했다.

빌라 시장에도 변화의 바람

중저가 아파트뿐만 아니라 빌라 시장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서울 빌라 매매 거래량은 지난 3월 3185건을 기록하며 2년 9개월 만에 3000건을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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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저가 아파트 거래 / 출처: 연합뉴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2316건)보다 37.6% 증가한 수치로, 빌라 거래량이 3000건을 넘은 것은 2022년 6월(3249건) 이후 처음이다. 게다가 4월에도 이러한 추세가 계속 이어졌다.

양지영 신한투자증권 자산관리컨설팅부 수석은 “아파트 가격 급등으로 진입 문턱이 높아진 가운데, 실수요자들이 가격 부담이 덜한 빌라로 일부 이동했다”며 “서울시의 정비사업 속도전과 맞물려 빌라 매수 기대감이 커진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러한 시장 변화에 대해 남혁우 연구원은 “서울 인기 지역에 대한 가격 부담감, 대출 규제 강화 등으로 구매력이 약화됨에 따라 기타 지역을 대안으로 모색하는 실수요자들의 움직임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결국 규제가 강화된 고가 주택 시장과는 달리, 실수요자 중심의 중저가 주택 시장은 앞으로도 견고한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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