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금융위기를 정확히 예측했던 마이클 버리가 가상자산 시장에 강력한 경고장을 보냈다. 그는 최근 급락세를 보이는 비트코인이 단순 조정을 넘어 기업들의 연쇄 매도를 촉발하는 ‘자가 증식형 붕괴’에 진입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3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버리는 서브스택을 통해 “비트코인은 지난 10월 정점 대비 40% 폭락하며 가치 저장 수단으로서의 지위를 상실했다”고 밝혔다. 그는 비트코인이 금이나 은처럼 화폐 가치 하락을 방어하는 헤지 수단으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으며, 철저히 투기적 자산임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버리는 앞서 2025년 12월 팟캐스트에서 비트코인을 “우리 시대의 튤립 버블”이라 표현하며 “가격이 10만 달러에 도달한 것은 터무니없는 일”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현재 비트코인은 7만5000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으며,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 중이다.
스트래티지 등 기업 보유 물량이 ‘뇌관’
버리의 경고에서 가장 주목할 지점은 기업 보유 물량의 위험성이다. 지난 몇 년간 스트래티지를 비롯한 약 200개 상장 기업들이 비트코인을 대량 매수하며 가격을 부양해왔지만, 이것이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는 “기업의 재무 자산에 영원함이란 없다”며 “기업은 보유 자산을 시가 평가해야 하는데, 비트코인 가격이 계속 떨어질 경우 리스크 관리자들이 경영진에게 매도를 권고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세계 최대 기업 암호화폐 보유사인 스트래티지의 경우 “비트코인이 여기서 10%만 더 하락하면 수십억 달러의 평가손실을 입고 자본 조달 시장에서 사실상 퇴출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곧 강제 청산으로 이어져 가격 하락을 가속화하는 악순환을 만든다는 것이 버리의 논리다. 그는 “비트코인의 하락을 멈추거나 늦출 수 있는 실제 사용 사례가 전무하다”며 “추가 하락은 거대 보유자들의 재무제표를 급격히 악화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원자재 시장까지 ‘도미노’ 우려
버리는 가상자산 위기가 전통 자산 시장, 특히 귀금속 시장으로 전이될 가능성도 제기했다. 최근 금과 은 가격의 동반 하락 원인 중 하나로 비트코인 폭락을 지목한 것이다.
그는 기업 재무 담당자와 투기 세력들이 비트코인 손실을 메우거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수익이 난 토큰화된 금·은 선물 포지션을 급하게 청산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버리는 “지난달 말 비트코인 하락 여파로 약 10억 달러 규모의 귀금속이 청산된 것으로 보인다”며 “비트코인이 5만 달러까지 추락할 경우 채굴 기업들의 파산과 함께 토큰화된 금속 선물 시장이 블랙홀로 빨려 들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물 ETF의 등장도 양날의 검이 되었다는 지적이다. 버리는 ETF가 비트코인의 투기적 성격을 오히려 부추겼으며, 증시와의 상관관계를 높였다고 분석했다. 현재 비트코인과 S&P500 지수의 상관계수는 0.50에 육박하고 있으며, 지난 1월 마지막 열흘 중 3일 동안 비트코인 ETF에서 대규모 자금 유출이 발생했다.
시장의 엇갈린 반응
다만 버리의 예측 신뢰도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시장 분석에 따르면 2019~2023년 사이 버리가 경고할 때마다 이를 무시하고 주식을 샀다면 연평균 34%의 수익을 얻었을 것이라는 통계가 있다.
시장 일각에서는 버리의 경고가 과도하다는 반론도 나온다. 가상자산 분석가들은 시가총액이 1조5000억 달러 수준으로 축소되어 전체 금융 시장에 미칠 시스템 리스크는 제한적이라고 주장한다. 버리가 최근 엔비디아와 팰런티어에 대한 공매도 포지션으로 AI 산업 거품을 경고했을 때도 팰런티어의 알렉스 카프 CEO는 “AI 산업 전반을 공매도하는 것은 정신 나간 짓”이라며 격렬히 반발한 바 있다.
한편 금융 전문가들은 버리의 경고가 실제 시장에 미칠 영향은 투자 심리와 기관 자금 유출입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