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도 LG도 아니다”…지금 나가면 3년 치 월급 준다는 ‘이 회사’

댓글 0

사상 최대 실적 발표 직후
“자발적 퇴사” 유도에 술렁
AI 전환 명분…일자리는 줄어
Krafton Voluntary Resignation Program
크래프톤, ‘자발적 퇴사 선택 프로그램’ 시행 (출처-연합뉴스)

크래프톤이 전 직원에게 ‘자발적 퇴사 프로그램’을 시행하기로 하면서 업계 안팎에서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회사는 최근 3분기까지 영업이익 1조 원을 넘기며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지만, 동시에 채용을 동결하고 대규모 퇴사 보상안을 내놓았다.

AI 전환 내세웠지만…일자리는 감축

Krafton Voluntary Resignation Program (2)
크래프톤, ‘자발적 퇴사 선택 프로그램’ 시행 (출처-연합뉴스)

크래프톤은 12일, 전사적으로 자발적 퇴사 신청을 받는다는 공지를 냈다. 근속연수에 따라 최대 ‘36개월치 월급’을 지급하겠다는 파격적인 조건이 붙었다. 대상은 5년 이하 주니어 직원은 물론 전 직군이다.

세부 조건을 보면, 재직 기간 1년 이하는 6개월치, 2년 이하는 12개월치, 5년 이하는 18개월치 급여가 제공된다. 근속 11년을 넘긴 직원에게는 최대 36개월치, 즉 3년치 급여가 퇴직금 형식으로 주어진다.

이번 조치는 크래프톤이 “AI 중심의 조직으로 전환하겠다”는 선언과 맞물려 있다. 김창한 대표는 지난달 23일 내부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AI가 업무 자동화의 중심이 될 것”이라며 “구성원은 창의성과 문제 해결에 집중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Krafton Voluntary Resignation Program (3)
크래프톤, ‘자발적 퇴사 선택 프로그램’ 시행 (출처-크래프톤)

이를 위해 회사는 AI 인프라 구축에만 1000억 원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그 일환으로 GPU 클러스터 투자도 진행 중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신규 채용은 사실상 중단됐다. 배동근 CFO는 이달 초 실적 발표에서 “AI와 지식재산(IP) 개발 분야를 제외하면 전체 채용을 멈췄다”며 “비용 절감보다 생산성 향상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좋은 일자리 만들라”던 대통령…현장은 역행

Krafton Voluntary Resignation Program (4)
크래프톤, ‘자발적 퇴사 선택 프로그램’ 시행 (출처-연합뉴스)

이번 크래프톤의 결정은 정부 정책 방향과는 정면으로 충돌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15일, 서울 성수동의 크래프톤 문화공간 ‘PUBG 성수’에서 열린 ‘K-게임 현장 간담회’에서 게임업계의 고용 책임을 강조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은 “게임산업이 청년 일자리 창출에 큰 기여를 해야 한다”며 “사업자만 이익을 보는 구조가 아닌, 고용된 청년이 인권과 안정성을 함께 보장받는 환경이 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하나의 성공적인 게임이 얼마나 많은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을지를 생각해야 한다”며 정책적 지원 의지도 밝혔다.

Krafton Voluntary Resignation Program (5)
크래프톤, ‘자발적 퇴사 선택 프로그램’ 시행 (출처-크래프톤)

당시 간담회에는 크래프톤 김창한 대표를 비롯해 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 스마일게이트, 네오위즈 등 국내 주요 게임사 수장들이 대거 참석했다. 이들은 고용 확대와 인재 육성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불과 한 달 만에 크래프톤이 자발적 퇴사 프로그램을 내놓자 업계에서는 “대통령 발언을 무색하게 만든 결정”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감축 아닌 지원”이라는 회사…냉정한 현실

Krafton Voluntary Resignation Program (6)
크래프톤, ‘자발적 퇴사 선택 프로그램’ 시행 (출처-크래프톤)

다만 크래프톤 측은 퇴사 권유가 아닌 “성장을 위한 선택의 기회”라고 강조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AI 시대에 맞춰 직원들이 스스로 커리어 방향을 재설계하도록 돕는 것”이라며 “회사 안팎 어디서든 개인의 성장을 이어가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표면상으로는 ‘선택의 자유’지만, 실제로는 조직 내 구조 조정 신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도 있다. 회사의 고성과에도 불구하고 인력 감축성 프로그램이 나왔기 때문이다.

Krafton Voluntary Resignation Program (7)
크래프톤, ‘자발적 퇴사 선택 프로그램’ 시행 (출처-게티이미지뱅크)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퇴사자에겐 3년치 연봉을 주는 대신, 회사는 인건비 부담을 덜고 AI에 전환 투자를 집중할 수 있는 구조”라며 “기술 전환의 흐름 속에서 고용 불안은 더 가속화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크래프톤의 실험이 인재 중심 경영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새로운 형태의 구조조정이 될지는 아직 예단할 수 없다. 다만, ‘사상 최대 실적’이라는 단어 뒤에 가려진 인력 재편의 이면에 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Copyright ⓒ 이콘밍글.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