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도 아닌데 “한국산 아니면 안돼”… 미국·유럽 줄 서서 사가는 ‘이것’, 대체 왜

AI·전기차 시대 맞아
전력 수요 폭발적 증가…
초고압 변압기 시장서 쾌거

“요즘 전기 먹는 하마가 너무 많아졌다.” 최근 전 세계 전력 시장 관계자들이 입을 모아 하는 말이다.

인공지능(AI) 열풍으로 거대 데이터센터가 우후죽순 생겨나고, 도로 위에는 전기차가 급증하면서 전력 소비량이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으로 치솟고 있다.

이처럼 폭증하는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각국이 전력망 확충에 사활을 건 가운데, 국내 중견 전력기기 업체인 일진전기가 글로벌 시장에서 연이어 대형 수주에 성공하며 기술력을 입증했다.

최근 한 달간 일진전기가 따낸 해외 수주액만 약 1000억 원에 달한다. 특히 미국과 유럽 등 기술 장벽이 높은 선진국 시장에서 거둔 성과라 더욱 의미가 크다.

까다로운 미국 서부 시장 ‘뚫었다’

일진전기는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의 500kV(킬로볼트) 초고압 변압기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그동안 미국 동부 시장에 꾸준히 제품을 공급해왔지만, 서부 지역의 500kV급 시장에 진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은 현재 낡은 전력망을 교체하는 동시에 AI 데이터센터, 전기차 충전소 등 새로운 인프라를 대대적으로 구축하고 있다.

특히 캘리포니아주는 ‘2045년까지 100% 청정에너지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어, 일진전기의 향후 추가 수주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유럽·중동까지 영토 확장… ‘K-전력기기’ 위상 높여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 시장 공략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일진전기는 최근 영국 데이터센터용 132kV 초고압 변압기 프로젝트를 따내며 유럽 시장에 첫발을 내디뎠다.

이는 글로벌 경쟁사들을 제치고 까다로운 유럽의 기술 및 품질 기준을 통과했다는 점에서 큰 성과로 평가된다.

중동 시장에서도 성과가 이어졌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국가 주도 신재생 에너지 프로젝트에 사용될 132kV 가스절연개폐장치(GIS)를 수주하며 중동 내 입지를 더욱 굳혔다.

이러한 연이은 수주 성공으로 일진전기의 실적 전망은 매우 밝다. 올해 상반기 전력기기 부문 해외 수주액만 2560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작년 한 해 동안의 해외 수주액(3850억 원)의 3분의 2를 이미 넘어선 수치다.

현재까지 확보한 총 수주 잔고는 약 1조 3300억 원에 달한다. 일진전기는 지난해 680억 원을 투자해 충남 홍성공장의 생산 능력을 70% 이상 끌어올린 바 있다.

늘어난 생산 능력이 밀려드는 주문을 소화하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일진전기 관계자는 “특정 지역에 의존하지 않고 수주처를 다변화하며 글로벌 경쟁력을 키운 전략이 성과를 내고 있다”며, “2027년까지 안정적인 생산 물량을 확보해 중장기 성장 기반을 확립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