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팔아 부자 된다? “이젠 꿈도 못 꿔요”…벼랑 끝 선 한우 농가, 대체 무슨 일

2년간 한우농가 1만 곳 폐업
구제역에 럼피스킨까지 전염병 연속 타격
미국 소고기 수입 압박 위협까지
한우 농가
한우 농가 위기 / 출처: 연합뉴스

“한때는 ‘한우 한 마리면 자식 대학 보낸다’는 말이 있었는데… 이제는 소 키워 빚더미에 앉는 게 현실입니다.”

전남의 한 한우 농가주가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과거 한국 농촌의 부의 상징이었던 소가 이제는 농가의 생존을 위협하는 부담으로 변했다.

전염병과 경영난, 수입 압박까지 삼중고에 시달리는 한우 농가들의 절박한 현실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멈추지 않는 가축 전염병의 공포

한우 농가
한우 농가 위기 / 출처: 연합뉴스

23일 구제역 중앙사고수습본부에 따르면, 지난 14일 전남 영암군에서 처음 확인된 구제역은 일주일 만에 13건으로 빠르게 확산됐다.

이는 2023년 5월 발생했던 11건보다 더 많은 수치로, 1년 10개월 만에 다시 찾아온 악몽이다.

중수본은 구제역 확산 저지를 위해 영암군과 인근 지역의 위기 경보를 최고 수준인 ‘심각’ 단계로 격상하고, 전국적인 백신 접종에 나섰다.

박범수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은 “구제역은 전파 속도가 매우 빠른 질병”이라며 “모든 방역 역량을 집중해 확산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우 농가
한우 농가 위기 / 출처: 연합뉴스

더욱 우려되는 것은 날씨가 따뜻해지면 또 다른 가축 전염병인 럼피스킨이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모기나 침파리 같은 흡혈 곤충이 옮기는 이 질병은 2023년 10월 국내에서 처음 발생한 이후 지난해까지 131건이 확인됐다.

럼피스킨에 감염된 소는 고열과 피부에 혹이 생기는 증상을 보이며, 치료가 쉽지 않다.

끝없는 경영난, 무너지는 농가들

한우 농가
한우 농가 위기 / 출처: 연합뉴스

가축 전염병은 한우 농가가 직면한 여러 위기 중 하나일 뿐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국제 곡물가 상승으로 사료 가격이 급등하면서 한우 농가들은 4년째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이러한 고통 속에서 최근 2년간 약 1만 곳의 한우 농가가 폐업했다. 작년 7월에는 전국한우협회가 단체행동에 나서 사값 인하와 경영 안정자금 지원을 강력히 요구하기도 했다.

상황은 올해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료 단가가 계속 올라가면서 사료비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2021년부터 시작된 적자의 늪에서 빠져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미국의 통상 압박까지

한우 농가
한우 농가 위기 / 출처: 연합뉴스

설상가상으로 최근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 압박까지 더해지며 한우 농가들의 걱정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미국 축산업계와 무역대표부는 한국이 광우병 우려로 2008년부터 시행 중인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소고기 수입 금지 조치를 해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우협회는 “노령 미국산 소고기 수입이 허용되면 소비자들의 불신이 한우 소비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정부가 미국의 요구를 수용한다면 생존을 위한 강력한 저항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단호히 밝혔다.

한우 농가
한우 농가 위기 / 출처: 연합뉴스

농식품부는 “현재 미국과 관련 논의를 진행하고 있지 않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을 주시하며 신중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때 ‘소 팔아 대학 보낸다’는 말은 농촌의 희망을 상징했다. 1970년대 한국에서 소 한 마리 가격은 약 58만 원으로, 당시 대학 등록금을 충당할 수 있는 상당한 금액이었다.

부모의 사랑과 헌신의 상징이었던 한우는 이제 생존을 위협하는 짐이 되어버렸다. 한우 농가들은 “이제는 소 팔아 부자는커녕, 소 키워 빚쟁이 되는 세상”이라며 한탄한다.

전염병 방역 강화와 사료값 안정, 해외 수입 압박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 없이는 한국 한우 산업의 미래가 더욱 불투명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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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업이란게 잘되기도 안되기도 하는거지. 안되는 사업은 정리하고 다른걸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