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성수·여의도에서
건설사들이 몰려들고 있다
입찰 승자가 서울 집값 흔든다

서울에서 가장 비싸고 인기 많은 동네들에서 건설사들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압구정, 성수, 여의도, 강남까지 ‘한강벨트’를 둘러싼 수주전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불붙었다. 땅값도, 상징성도 크다 보니 건설사들은 사활을 걸고 뛰어들었다.
“현대가 이길까, 옛 주인이 돌아올까”
압구정 2구역은 강남 한복판에서도 ‘끝판왕’이라 불리는 곳이다. 14개 동, 최고 65층, 2천5백 가구를 짓는 데 드는 돈만 약 2조 7천억 원으로, 건설사라면 누구나 탐낼 수밖에 없는 규모였다.

처음엔 삼성물산이 현대건설과 맞붙을 줄 알았지만, 조건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발을 뺐다. 주민들 사이에선 이미 “현대 아파트니까 현대건설이겠지”라는 말도 나왔지만, 예상 밖의 복병이 등장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과거 이곳에 현대아파트를 지은 경험이 있어 ‘터줏대감’이라는 별칭도 있다.
광주 아이파크 붕괴 사고 이후 한동안 조용했지만, 용산과 서초에서 수주에 성공하며 복귀에 시동을 걸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건설도 가만히 있진 않았다. 압구정 3구역 수주를 위한 전초전이라 판단하고, 상표권을 출원하고 교육 부지 계획까지 내놓으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강북 쪽에서도 뜨거운 현장이 있다. 성수동 전략정비구역 1지구는 무려 9천4백 가구, 55개 동으로 구성된 초대형 사업이다. 이곳엔 GS건설, 현대건설, HDC현산이 모두 출전했다.

여의도에선 대교아파트 입찰을 앞두고 삼성물산과 롯데건설이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개포우성7차는 대우건설이 집중하고 있으며, 삼성물산을 꺾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특히 ‘금리+0.00%’라는 파격 조건까지 내세웠으며, 이에 삼성물산도 물러서지 않고, 중앙광장 같은 특화 설계를 앞세워 맞대응에 나섰다.
집값은 치솟는데 공급은 여전히 더디다
이런 입찰 경쟁이 서울 집값에도 영향을 미쳤다. 성동구와 마포구에선 아파트 한 채에 23억 원 넘게 팔린 사례가 나왔으며, 마포에선 평균 거래가가 처음으로 15억 원을 넘기도 했다.

하지만 재건축 사업은 말처럼 빨리 진척되지 않았다. 서울 전체 정비사업장 442곳 중 실제 착공에 들어간 곳은 4곳뿐이었다.
조합원 간의 갈등, 한강 조망권을 둔 다툼, 임대주택 배치 논란까지, 하나하나가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시장이 과열 국면에 들어섰다고 경고하고 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확대하거나, 투기과열지구를 다시 지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건설사들의 ‘왕좌의 게임’은 단순한 시공권 싸움이 아니었다. 누가 승리하느냐에 따라 서울 집값의 향방도 함께 흔들리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