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시대도 이제 끝?”… 30년 전 ‘이 나라’가 했던 끔찍한 실수, 그대로 따라가는 중

꺼지지 않는 부동산 PF 위기 속
‘건설 부양’ 유혹에 빠진 한국
일본의 뼈아픈 실패를 돌아볼 때

“일본이 걸어간 ‘잃어버린 30년’의 길을 우리가 뒤따라갈 수 있다.” 최근 한국은행이 내놓은 보고서가 우리 경제에 던지는 강력한 경고다.

일본의 뼈아픈 실패 사례는 현재 기로에 선 한국 경제가 무엇을 경계해야 하는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빚더미에 올라앉은 일본, 그 시작은 ‘건설’이었다

1990년대 초, 일본 경제는 끝없이 오를 것만 같던 거품이 꺼지면서 깊은 침체에 빠져들었다.

당시 일본 정부가 꺼내 든 카드는 바로 대규모 건설 투자였다.

국은행이 26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일본 정부는 도로, 철도, 항만 같은 사회기반시설(SOC)을 짓는 데 막대한 돈을 쏟아부으며 10여 차례에 걸쳐 경기 부양책을 펼쳤다.

건설 경기를 일으키면 당장 일자리가 생기고 관련 산업이 활기를 띠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었다.

정부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국민들이 집을 사도록 부추겼다. 주택 대출에 대한 세금을 깎아주고 공공 금융기관을 통해 싼 이자로 돈을 빌려주는 정책을 편 것이다.

하지만 이는 결국 경제의 발목을 잡는 족쇄가 되었다. 경기 회복 효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나라 빚만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60% 수준이던 정부 부채는 2010년대에 이르러 200%를 훌쩍 넘어섰다.

가계의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정부의 독려에 빚을 내 집을 샀지만, 집값은 계속해서 떨어졌다.

결국 일본 국민들은 늘어난 빚을 갚느라 허리띠를 졸라맸고, 이는 소비 위축이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져 경제 전체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부동산 PF’, 한국 경제의 시한폭탄 되나

일본의 과거가 남의 일처럼 들리지 않는 이유는 지금 한국이 처한 현실과 너무나도 닮아있기 때문이다. 당장 2025년 우리나라의 건설투자는 지난해보다 5.3%나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건설투자는 단순히 건물을 짓는 행위를 넘어, 수많은 일자리를 만들고 내수 경제를 이끄는 중요한 동력이다.

이러한 건설 경기가 얼어붙자 일각에서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건설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일본의 사례는 이러한 주장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똑똑히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이제 낡은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단순히 아파트를 짓고 도로를 놓는 방식의 경기 부양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것이다.

대신 인공지능(AI) 시대를 뒷받침할 데이터 센터를 짓거나,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친환경 에너지 시설을 건설하는 등 미래 먹거리를 위한 새로운 형태의 건설 투자로 눈을 돌려야 할 때다.

한국 경제는 이제 양적 성장을 넘어 질적 성장을 꾀해야 할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