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 한숨 돌리나 했더니 “또 날벼락 떨어졌다”… ‘4000억’ 시한폭탄이 현실로

실적 개선에 잠시 웃었지만
미국 이어 유럽까지 높은 관세 예고
수출 전선에 짙어지는 먹구름

국내 철강업계가 3분기 기대 이상의 실적을 거두며 한숨 돌리는가 싶더니, 곧바로 거대한 무역장벽이라는 암초를 만났다.

정부의 발 빠른 조치로 잠시 숨통이 트였지만, 미국과 유럽이라는 거대한 수출 시장에서 높은 세금, 즉 ‘관세’를 물리겠다고 나서면서 국내 철강 산업의 미래에 경고등이 켜졌다.

3분기 실적, 반덤핑 관세 효과에 ‘활짝’

지난 3분기 성적표는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의 전망에 따르면, 포스코홀딩스는 철강 사업에서만 6000억 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6%나 증가한 수치다.

현대제철의 상황은 더욱 극적이다. 3분기 영업이익이 1131억 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무려 119%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깜짝 실적의 배경에는 정부의 ‘반덤핑 관세’ 조치가 있다. 이는 중국 등에서 정상 가격보다 지나치게 싸게 들여오는 수입 철강 제품에 일종의 벌칙성 세금을 매기는 제도다.

이 조치로 수입산 저가 철강의 공세가 주춤해지면서, 국산 철강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살아나 국내 기업들이 직접적인 이익을 본 것이다.

게다가 철강을 만드는 데 필요한 원재료 값은 내렸는데 제품 판매 가격은 유지되면서 이익 폭이 커진 점도 실적 개선에 힘을 보탰다.

미국 넘어 EU까지…’50% 관세 폭탄’이 온다

하지만 이러한 좋은 분위기는 오래가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미국 시장에서는 높은 관세가 현실적인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올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만 약 4000억 원에 달한다. 이는 두 회사가 2분기에 벌어들인 영업이익을 고스란히 세금으로 내야 할 만큼 막대한 금액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 시장 중 하나인 유럽마저 빗장을 단단히 걸어 잠글 태세다.

로이터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은 수입 철강에 대한 규제를 대폭 강화할 계획이다.

기존에는 ‘세이프가드’라는 제도를 통해 일정 물량까지는 세금 없이 유럽에 수출할 수 있었고, 그 양을 넘어야 25%의 관세를 냈다.

하지만 앞으로는 세금을 물지 않는 물량, 즉 ‘무관세 쿼터’를 지금의 절반 수준으로 크게 줄이고, 이를 초과하는 물량에는 무려 50%에 달하는 높은 관세를 물리겠다는 것이다.

표면적으로는 과잉 생산되는 중국산 저가 철강을 막기 위한 조치지만, 우리나라도 그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된 것이다.

한 산업 전문가는 유럽마저 문을 걸어 잠그면서 우리 철강업계의 수출길이 꽉 막힌 형국이라고 진단했다. 우리 철강 산업의 근본적인 경쟁력 강화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