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 만큼은 믿었는데 “결국 줄줄이 문 닫는다”… ‘마지막 희망’ 흔들리자 업계 ‘눈물’

철강업계가 기대했던
K-스틸법 처리 지연
업계 불안감 확산

철강업계의 마지막 희망이었던 ‘K-스틸법’이 9월 처리에 실패하면서 업계에 한숨이 커지고 있다.

중국의 저가 물량 공세와 미국의 50% 고율 관세라는 이중고 속에서 버티고 있던 철강업체들이 기대하던 구명줄이 여야 정쟁으로 인해 끊어질 위기에 처한 것이다.

국정감사가 시작되는 10월을 맞아 법안 통과는 빨라야 11월로 밀려났다. 수년간 불황에 시달린 철강업체들의 기초 체력이 한계에 달한 상황에서, 기다림은 더 이상 희망이 아닌 고통이 되어가고 있다.

여야 정쟁에 발목 잡힌 철강업계의 생명줄

5일 국회와 업계 소식통에 따르면,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및 녹색철강기술 전환을 위한 특별법’은 현재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위에서 논의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채 계류 중이다.

지난 8월 초, 어기구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상휘 국민의힘 의원을 비롯한 여야 의원 106명이 공동 발의할 만큼 지지 기반은 탄탄했지만, 정부조직법 개정을 둘러싼 정치권의 갈등이 법안 심의를 가로막고 있다.

이 법안은 대통령 직속의 ‘철강산업경쟁력강화특별위원회’를 설치해 5년 단위의 국가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사업 구조조정과 녹색철강기술 개발에 대한 세제 및 재정 지원을 추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아울러 연구개발(R&D) 투자 확대와 수입 철강재 대응 방안까지 포괄하는 종합적인 지원책이기도 하다.

중국 물량 공세와 관세 장벽의 이중 타격

국내 철강업계의 현실은 참담하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에서 국내로 유입된 철강재는 877만 톤으로, 2017년 이후 7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중국의 경기 침체로 인해 밀어내기식 수출이 이어지면서 국내 시장이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미국은 철강 제품에 50%의 관세를 부과했고, 유럽연합 역시 관세율을 50%로 인상하며 수입 쿼터 축소까지 추진 중이다. 국내 철강업체들은 안팎으로 압박을 받으며 생존을 위한 치열한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하반기 들어 중국 정부가 자국 철강업계의 생산량 통제에 나서면서 한 줄기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오는 20일 열리는 중국 공산당 제20기 중앙위원회 4차 전체회의에서 향후 5년간의 경제 계획과 함께 철강 감산 로드맵이 구체적으로 제시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여전히 글로벌 불확실성이 크고 건설 경기마저 침체된 상황에서, 철강업계는 ‘K-스틸법’의 국회 통과가 실적 회복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녹색 전환과 산업 보호를 위한 종합 처방

K-스틸법이 통과되면 국내 철강업계에는 전방위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우선, 부적합 철강재의 수입 및 유통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불공정 무역행위에 대응할 수 있는 체계가 마련된다. 중국산 저가 제품의 공세에 맞설 제도적 방어막이 생기는 셈이다.

동시에 친환경 녹색 철강으로의 전환도 가속화된다. 수소환원제철이나 전기로 등 첨단 생산기술 도입에 대한 재정 지원이 확대되며, 녹색철강특구 지정을 통해 인프라 확충과 규제 완화도 추진된다.

또한 생산량 조정과 설비 축소 유도를 통한 산업의 효율적 재편, 전문 인력 양성과 고용 지원을 통한 인적 자원 투자 확대도 포함된다.

하지만 정치권의 갈등으로 법안의 조속한 입법이 어려워진 상황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대를 모았던 K-스틸법이 점차 희망고문이 되어가는 분위기”라며, “철강업체들의 펀더멘털이 취약한 상황에서 실질적인 지원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