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의 압박 속에서 국내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인상하고 대출 한도를 축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한 가계대출 증가세가 여전히 꺾이지 않고 있다.

특히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의 주택 거래가 활발해짐에 따라, 가계대출 수요가 단기간 내에 감소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의 지난달 29일 기준 주택담보대출(전세자금대출 포함) 잔액이 567조 735억 원에 달하여, 전월 대비 7조 3천 234억 원이 증가했다.

이는 지난 7월의 역대 월간 최대 증가 폭(7조 5천 975억 원)에 비해 약간 낮은 수치이지만 강력한 대출 억제 조치가 시행된 이후에도 불구하고 두 달 연속 유례없는 증가세를 기록한 것이다.

가계대출, 주택담보대출 억제에 따른 신용대출 증가로 역대 최대 증가 폭 기록

주택담보대출의 문턱이 높아지면서 신용대출이 29일 동안 8천 202억 원 증가했다. 대출자들이 주택담보대출 대신 신용대출로 전환하면서, 총 신용대출 잔액은 102조 6천 68억 원에서 103조 4천 270억 원으로 증가했다.

8월의 전체 가계대출 증가 폭은 8조 3천 234억 원으로 총 가계대출은 715조 7천 383억 원에서 724조 617억 원으로 늘어나, 2021년 4월 이후 3년 4개월 만에 최대 증가 폭을 기록했다.

2021년은 코로나19 사태가 진행되는 동안 0%대의 기준금리(2020년 5월부터 2021년 11월까지 0.5%에서 0.75% 사이)를 기반으로 시중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2%대로 매우 낮았던 시기다.

현재의 가계대출 및 주택담보대출 증가 속도가 이른바 ‘빚투’, ‘영끌’ 광풍이던 시기와 비슷하거나 더 빠르다는 사실이 우려를 낳고 있다.

은행권, 가계대출 급증세 단기간 내 해소 어려움 전망

은행권은 현재의 가계대출 급증세가 단기간 내에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주택담보대출이 주택 거래 후 약 두세 달의 시차를 두고 실제로 집행되기 때문에, 최근의 주택 매매 증가세가 계속되는 한 대출 수요도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7월 서울 지역의 주택 매매 건수는 1만 2천 783건으로, 6월 대비 41% 증가하여 2년 11개월 만에 처음으로 1만 건을 넘어섰다.

한은 관계자도 지난달 ‘2분기 가계신용’ 발표 당시 “주택 매매가 이뤄지면 2∼3개월 시차를 두고 가계대출에 영향을 미친다”며 “따라서 3분기 들어 7월에도 가계부채가 2분기 수준으로 늘고 있어 관련 기관과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은행권은 가계대출 증가세를 관리하기 위해 ‘가계대출 조이기’ 노력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은행은 오는 9일부터 주택담보대출의 만기를 최장 40년에서 30년으로 단축하는 ‘실수요자 중심 가계부채 효율화 방안’을 발표했다.

우리은행 측의 설명에 따르면, 연소득 5천만원인 차주가 연 4.5%의 금리로 대출을 받을 경우, 기존에 3억 7천만원이었던 대출 한도가 새로운 조정으로 인해 3억 2천 500만원으로 약 12% 감소하게 된다.

신한은행은 오는 3일부터 주택담보대출의 최장 기간을 기존 50년에서 30년으로 단축하고, 생활안정자금 목적의 대출 한도를 1억원으로 제한할 계획이다. 그러나 실수요자를 위한 전세 반환자금 용도의 대출은 이러한 제한에서 예외로 취급된다.

KB국민은행은 지난달 29일부터 수도권 소재 주택에 한해 주택담보대출 기간을 최장 50년에서 30년으로 줄이고, 생활안정자금 대출의 한도를 물건별 1억원으로 축소했습니다.

더불어 우리은행은 은행권 최초로 오는 9일부터 무주택자에게만 전세자금대출을 제공하기로 결정했다. 이 대출은 전 세대원이 주택을 소유하지 않은 경우에만 가능하며, 이는 주택 시장에서의 투기 수요를 억제하고 실수요자의 금융 지원을 강화하려는 목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