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근값 추락에 ‘셧다운’ 선택
공급 과잉 조정 위해 생산 중단
임원 삭감·희망퇴직까지 총동원

“한 달 전면 셧다운은 처음 있는 일이다.”
국내 2위의 철강사인 현대제철이 철근 생산라인을 멈추는 전례 없는 결정을 내렸다. 글로벌 철강 수요 둔화와 중국발 저가 공세, 국내 건설경기 침체가 겹치며 감산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27일 현대제철은 인천공장 철근 생산라인 전체를 오는 4월 한 달간 전면 중단한다고 밝혔다.
1953년 창사 이후 철근 전 생산라인을 모두 세우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제철은 이번 결정을 “단순 보수 목적이 아닌 시황 악화에 따른 감산 조치”라고 설명했다.
단기 손실을 감수해서라도 시장을 안정화하고 구조적 위기에 대응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현대제철 인천공장은 연간 철근 150만 톤, 형강 200만 톤을 생산하는 핵심 생산 거점이다. 그중 철근 라인을 전면 중단하는 것은 공급 과잉 해소를 위한 강도 높은 조치다.
업계에서는 최근 주요 제강사들의 출하 조정에도 불구하고 철근 가격이 지속 하락하며, 저가 출혈 경쟁이 심화됐다고 지적한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지금은 수급 균형을 맞추는 것이 최우선”이라며 “4월 이후 시장 분위기에 따라 가격 반등 가능성도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현대제철의 감산이 단기적으로 철근 재고를 줄이고, 과잉 공급 해소에 효과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비상경영 전환… 임원 삭감·희망퇴직까지
이번 셧다운은 감산만의 문제가 아니다. 현대제철은 이달 중순부터 전사적인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임원 급여를 20% 삭감하고, 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현재 만 50세 이상 일반직·연구직·기술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접수가 진행 중이며, 일부 기술직은 포항·당진 등 타 사업장 전환 배치도 시행 중이다.
회사 측은 “중국산 저가 철강 유입, 미국발 철강 관세 리스크, 국내 수요 위축 등 삼중고에 대응하기 위해 극단적 비용 절감을 선택했다”고 전했다.
현대제철의 셧다운 조치는 철강업계 전반에 강한 신호를 던졌다.

감산 없이는 철근 시장 회복이 어렵다는 경고이자, 공급자 중심의 수급 조정이 필요한 시점임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봉형강 시장은 건설뿐 아니라 조선, 기계, 플랜트 산업까지 걸쳐 있어 여파가 작지 않다.
전문가들은 이번 셧다운이 철근 가격 반등의 촉매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시장 정상화를 위해선 누군가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며 “현대제철의 셧다운이 후속 감산 움직임을 이끌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조가회사을망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