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평구 아파트 단지서 집값 담합 적발
“시세는 우리가 만든다” 카톡방서 공공연한 담합
수도권 집값 담합 신고 3년 새 3천 건 넘어

“한 푼이라도 싸게 팔면 다음부터 거래 못 하게 하겠다.” 서울 은평구의 한 아파트 단지 카카오톡방에서 오간 충격적인 대화다.
카톡방이 집값 조작의 온상으로
서울시 민생사법경찰국(이하 민사경)이 23일 밝힌 수사 결과는 집값이 쉽사리 하락하지 않는 이유를 여실히 보여줬다.
민사경은 은평구 A 아파트 소유주 J 씨(60)와 K 씨(67)를 공인중개사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이들은 2023년 5월부터 2024년 6월까지 아파트 소유주 모임 단톡방에서 “10억 이상 불러야죠”, “12억 받아주면 팔게요”라는 메시지를 공유하며 집값 담합을 주도했다.
뿐만 아니라 특정 중개사무소를 언급하면서 “가격을 낮게 매매 시켜 중개 수수료를 챙기려 하는 업체다”며 공인중개사 업무를 방해한 것도 문제가 됐다.
수도권 전역으로 확산되는 담합의 그림자
실제로 지난해 10월 발표된 국토교통부의 통계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4년 7월까지 부동산 거래 교란 행위 신고는 6,274건에 달했다. 이 중 절반이 넘는 3,233건이 집값 담합 관련 신고였다.

경기도가 1,282건으로 가장 많았고, 서울 591건, 인천 294건이 뒤를 이었다. 이는 수도권 전체 신고의 67%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러한 담합 수법도 갈수록 정교해지고 있다. 아파트 소유주들은 단체 채팅방을 만들어 특정 가격 이하로 매물을 내놓지 못하도록 압박했다.
더 나아가 저가 매물을 등록한 중개사의 실명을 공개하고 항의하는 등 중개사 업무까지 방해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에 최원석 서울시 민생사법경찰국장은 “집값 담합은 부동산 시장의 건전한 거래 질서를 위협하는 중대한 범죄”라며 “고강도 수사를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담합 행위는 공인중개사법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정부 차원의 대응도 강화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수도권 전역에 대한 현장점검을 확대하고, 위법 거래 적발 시 금융당국과 지자체에 즉각 통보하는 등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신고도 늘어나는 추세다. 담합 행위는 서울 스마트 불편 신고 앱이나 서울시 응답소 홈페이지, 120 다산콜을 통해 신고할 수 있으며, 신고 시 최대 2억 원의 포상금이 지급된다.
이는 시민들의 적극적인 신고를 독려하고, 건전한 부동산 거래 질서를 확립하기 위한 조치다.
벌금이 고작 삼천만원이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