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황금알 낳더니 “도저히 못해먹겠다”… 강남마저 ‘텅텅’, 대체 무슨 일이

유령 상가 된 아파트 단지 상가
‘상가=대박’ 공식은 옛말

한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며 투자 1순위로 꼽혔던 아파트 단지 내 상가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수천 세대 아파트 입주민이라는 ‘고정 고객’을 등에 업고도,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텅 빈 유령 상가로 전락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최근 서울과 수도권 신도시의 대규모 아파트 단지 상가들은 ‘임대 문의’ 현수막만 덩그러니 걸린 채 을씨년스러운 풍경을 연출한다.

입주가 시작된 지 1년이 훌쩍 지났음에도 상가 절반 이상이 비어있는 곳도 부지기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로또 청약’이라 불리던 아파트와 달리, 상가는 외면받으며 ‘찬밥 신세’가 됐다.

상가 문 닫게 한 ‘손가락 쇼핑’

이러한 현상의 가장 큰 원인은 다름 아닌 ‘소비 방식의 변화’다. 과거에는 퇴근길에 아파트 단지 내 상가에 들러 장을 보고, 주말에는 가족들과 상가 내 식당에서 외식을 하는 것이 일반적인 풍경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스마트폰 하나로 모든 것이 해결된다. 클릭 몇 번이면 다음 날 새벽 문 앞에 신선식품이 배송되고, 맛집 음식도 집에서 편하게 즐길 수 있다.

굳이 상가까지 발걸음을 옮길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이러한 비대면 소비 문화는 더욱 확고하게 자리 잡았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예전에는 아파트 상가에 슈퍼마켓이나 세탁소, 학원 등이 필수적으로 입점했지만, 지금은 온라인 장보기와 배달 앱에 밀려 수익을 내기 힘든 구조가 됐다”고 설명했다.

비싼 몸값, 발목 잡다

초기 분양가가 지나치게 높게 책정된 점도 상가 침체의 주범으로 꼽힌다. ‘대단지 배후 수요’라는 말에 현혹돼 높은 가격에 상가를 분양받은 임대인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비싼 월세를 내걸 수밖에 없다.

임차인 입장에서는 높은 월세를 감당하며 장사를 시작하기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결국 상가는 비어있게 되고, 임대인들은 대출 이자조차 감당하기 힘든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재건축 추진 단지에서는 상가 조합원들이 상가 대신 아파트를 받겠다고 요구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미 지어진 상가들조차 ‘반값 월세’, ‘몇 달간 임대료 무료’ 등의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어도 주인을 찾기 힘든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단순히 경기 침체 때문만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소비 형태의 구조적인 변화와 과거의 성공 공식에 기댄 과도한 상가 공급이 맞물린 결과라는 분석이다.

앞으로는 신도시나 대규모 단지 개발 시, 상가 규모를 보다 현실적으로 책정하고 변화하는 소비 트렌드를 반영하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