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년 연속 성장세를 이어오던 국내 외국은행 지점들의 수익성에 제동이 걸렸다. 달러 고금리 기조와 국고채 금리 급등이 동시에 덮치며 4년 만에 순이익이 뒷걸음질쳤다.
금융감독원이 24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32개 외국은행 국내지점의 2025년 당기순이익은 1조6,773억원으로 전년(1조7,801억원) 대비 5.8% 감소했다. 외은지점 순이익은 2021년 1조1,482억원에서 2024년까지 3년 연속 증가해왔으나, 지난해 처음으로 하락세로 돌아섰다.
NIM 축소·유가증권 손실이 ‘핵심 타격’
수익 감소의 핵심 원인은 순이자마진(NIM) 축소와 유가증권 평가손실의 동시 발생이다. 지난해 이자이익은 9,137억원으로 전년 대비 4.7% 줄었다. 달러 고금리 기조가 지속되며 외화 조달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한 반면, 국고채 등 국내 운용금리의 하락폭이 확대되면서 수익과 비용 사이의 격차가 좁혀졌기 때문이다.
유가증권 부문은 더 직격탄을 맞았다. 2025년 유가증권이익은 5,448억원 손실을 기록하며 전년(4,279억원 이익) 대비 9,727억원이 악화됐다. 국고채 10년물 금리가 연말 기준 3.39%로 1년 전(2.86%)보다 53bp 급등하면서 보유 채권의 평가손실이 크게 불어난 탓이다.
환율 변동성, 외환 이익·파생 손실 ‘엇갈린 성적표’
외환·파생 부문은 이익과 손실이 뒤엉킨 복잡한 구도를 나타냈다. 외환·파생 관련 총이익은 3조1,942억원으로 전년보다 43.1% 증가했지만, 세부 내용을 보면 외환이익(1조7,738억원)이 128.5% 급증한 반면 파생이익(1조4,204억원)은 83.2% 급감했다.
이는 외은지점의 고유한 영업구조에서 비롯된다. 외은지점은 본점 등에서 달러를 차입한 뒤 FX·통화스와프를 통해 원화로 전환해 운용하고, 이후 달러화로 상환하는 방식을 택한다. 원/달러 환율이 하락할 경우 외환 부문에서는 이익이, 파생 부문에서는 손실이 발생하는 구조로, 지난해 환율 하락이 이 같은 엇갈린 결과를 낳았다는 분석이다.
미국계 은행 ‘41% 급락’…지역별 희비 갈려
국적별 실적은 뚜렷하게 갈렸다. 유럽계(+13.3%)와 중국계(+29.9%)는 오히려 수익이 늘었지만, 일본계(-23.8%)와 미국계(-41.2%)는 큰 폭의 감소를 기록했다. 특히 미국계 은행 5곳의 유가증권이익은 전년 2,092억원 이익에서 2,967억원 손실로 전환되는 등 5,059억원이 악화됐다.
금융업계에서는 미국계 은행의 경우 자산 포트폴리오상 국고채 금리 급등에 상대적으로 민감하게 반응하는 구조를 갖고 있어 유가증권 손실이 집중됐다고 분석한다. 지난해 총자산(평잔) 대비 이익률(ROA)은 0.37%로 집계됐으며, 판매관리비(1조1,561억원)와 대손충당금(405억원)도 각각 전년 대비 5.1%, 16.8% 늘어 비용 부담이 커지는 추세다.
금감원은 “최근 이란 전쟁으로 금융시장 변동성이 높아지는 만큼 외은지점의 자금조달·운용 및 유동성, 영업전략 변화를 상시 감시하겠다”며 “외은지점별 내부통제 요인 등 리스크 기반 검사도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