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발 지정학 리스크가 국내 물가 지표에 직격탄을 날렸다. 미국과 이란 간 긴장이 고조되면서 국제 유가가 급등했고, 그 여파가 생산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진 것이다.
한국은행이 23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6년 2월 생산자물가지수는 123.25(2020년=100 기준)로, 전월(122.56) 대비 0.6% 상승했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2.4% 올라 2024년 7월(2.6%)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9월 이후 6개월 연속 오름세다.
유가·주가, 두 마리 토끼가 물가를 끌어올리다
이번 상승을 주도한 핵심 요인은 국제 유가다. 두바이유 기준 국제 유가가 2월 한 달 새 전월 대비 10.4% 급등하면서 석탄·석유제품 물가가 4.0% 뛰었다. 세부 품목별로도 경유(7.4%)와 나프타(8.7%)가 가파른 오름세를 나타냈다.
여기에 주가 상승이 금융·보험 서비스 물가(5.2%)를 끌어올리는 이색적인 현상도 나타났다. 이문희 한국은행 물가통계팀장은 “중개 서비스의 대가가 거래 자산가치의 일정 비율로 결정되는 구조여서 주가가 오르면 위탁매매 수수료도 함께 오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위탁매매수수료는 전월 대비 14.8% 급등했다.

수산물·D램도 예외 없이 올랐다
수산물 가격도 평균을 크게 웃도는 4.2% 상승을 기록했다. 한은은 수온 상승과 설 연휴로 인한 조업일수 감소가 어획량을 줄이면서 가격을 밀어올렸다고 분석했다. 피망(36.9%), 물오징어(12.1%) 등 특정 품목은 더욱 가파른 오름세를 보였다.
반도체 가격도 상승 대열에 합류했다. D램은 전월 대비 7.8% 올랐다. 반면 건설중장비 임대료(-2.0%)와 온라인콘텐츠서비스(-0.1%)는 하락해 대조를 이뤘다. 수입품까지 포함한 국내공급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0.5% 올랐으며, 원재료(0.7%)·중간재(0.6%)·최종재(0.2%) 순으로 상승폭이 컸다.
3월도 상방 압력…’전가 폭’이 관건
시장에서는 3월 생산자물가 역시 상승 압력을 받을 것으로 분석한다. 3월 1일부터 20일까지 두바이유 평균 가격은 2월 평균 대비 82.9%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원·달러 환율도 2.0% 올랐기 때문이다.
다만 한은은 실제 물가 상승 폭을 예단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 팀장은 “석유·화학제품 등의 구체적 가격 상승 폭은 업체가 수입 원가 상승분을 어느 정도 제품 가격에 반영할지에 달려 있어 지금 당장 예상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원가 상승이 소비자물가로 그대로 전이되지 않을 가능성도 열려 있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