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징금만 8000억?”… CJ·대한제분 등 7곳이 지금 떨고 있는 진짜 이유

댓글 0

밀가루 담합 제재
대형마트에 진열된 밀가루/출처-연합뉴스

제분업계가 6조원에 달하는 초대형 담합 의혹으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심판대에 올랐다. 주목할 점은 20년 만에 사실상 사문화됐던 ‘가격 재결정 명령’이 다시 발동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이다. 소비자가 부담한 밀가루 가격이 되돌려질 수 있을지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19일 공정위 등에 따르면, 공정위 심사관은 CJ제일제당과 대한제분을 포함한 국내 주요 제분사 7곳이 밀가루 가격을 담합했다는 혐의로 심사보고서를 전원회의에 제출했다. 형사 재판의 공소장과 같은 역할을 하는 이 보고서에는 위법 행위의 구체적 내용과 제재 의견이 담겨 있다.

검찰은 앞서 2026년 2월 2일 CJ제일제당, 대한제분, 사조동아원, 대선제분, 삼양사, 삼화제분, 한탑 등 7개 제분사가 2020년 1월부터 2025년 10월까지 약 5년 10개월간 밀가루 가격 변동 여부, 변동 폭과 시기를 합의했다고 결론지었다. 이 중 6개 법인과 임직원 14명을 재판에 넘겼다.

검찰 추산 담합 규모 6조원…역대 최대급

2일 서민경제 교란사범 집중 수사 결과를 발표하는 나희석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 부장검사/출처-연합뉴스

검찰이 추산한 담합 규모는 5조9,913억원에 달한다. 이는 최근 적발된 설탕 담합 사건(3조2,884억원)의 약 2배에 달하는 규모다. 제분업계는 국내 밀가루 시장의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어, 담합이 확정될 경우 소비자들이 5년 넘게 인위적으로 높아진 가격을 부담해온 셈이 된다.

공정위는 2025년 10월 7개사에 대한 현장조사를 실시한 바 있으며, 이후 약 4개월간의 심사 끝에 심사보고서를 발송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2월 중 전원회의가 열릴 것”이라고 밝혔다. 통상 심사보고서 발송 후 6~8주가 소요되지만,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해 더 빠른 결론이 날 것으로 전망된다.

20년 만에 부활하는 ‘가격 재결정 명령’

국내 7개 제분사 CI/출처-한국제분협회, 연합뉴스

이번 사건에서 가장 주목받는 부분은 ‘가격 재결정 명령’의 부활 가능성이다. 공정위가 마지막으로 이 조치를 발동한 것은 2006년 제분사들의 밀가루 담합 사건 때였다. 이후 20년간 한 번도 사용되지 않아 사실상 사문화된 제도였다.

가격 재결정 명령은 담합으로 인위적으로 형성된 가격을 폐기하고, 경쟁 시세에 맞게 가격을 다시 산정해 공정위에 제출하도록 강제하는 조치다. 과징금과는 별개로 부과되는 제재 수단으로, 소비자 부담을 직접적으로 낮출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취임 이후 가격 재결정 명령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표명해왔다. 2026년 2월 초에는 이재명 대통령도 “가격 재결정 명령 제도를 잘 활용하라”고 힘을 실어줬다. 최근 물가 통제가 정부의 주요 정책 과제로 떠오른 상황에서, 공정위가 강력한 메시지를 던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징금 8,000억원대 전망…역대 최대 규모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설탕/출처-연합뉴스

담합이 확정될 경우 예상되는 과징금 규모도 주목된다. 업계 관계자들은 직전 설탕 담합 사건에서 관련 매출의 15%를 적용해 4,083억원의 과징금이 부과된 점을 고려하면, 이번 밀가루 담합은 약 2배 규모인 8,000억원대의 과징금이 부과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세무 전문가들은 “담합 규모가 6조원에 달하고, 기간도 5년 이상으로 장기간인 점을 감안하면 역대 최대 규모의 과징금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가격 재결정 명령까지 더해진다면, 제분업계는 이중의 타격을 받게 된다.

공정위는 제분사들로부터 심사보고서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받은 후 전원회의를 열어 최종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 만약 담합으로 확정되면 과징금과 시정명령이 부과되며, 가격 재결정 명령 포함 여부가 결정된다. 20년 만에 되살아날 강력한 제재 수단이 실제로 작동할지, 그리고 소비자들이 부담한 가격이 얼마나 낮아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Copyright ⓒ 이콘밍글.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Exit mobile vers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