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진 걸 다 팔아도 “못 갚아요”… 150만 명 휘청이자 ‘위험 신호’

부채 짓눌린 가구 150만 육박
지방은 자산 팔아도 못 갚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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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부채 고위험 가구 / 출처 : 연합뉴스

“집을 팔아도, 자동차를 팔아도 빚은 남는다.”

채무자가 가진 모든 자산을 정리해도 부채를 상환할 수 없는 고위험 가구가 150만 가구에 육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은행이 27일 발표한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금융부채 보유 가구 중 약 12.3%는 극단적인 상황에서도 빚을 청산하지 못하는 ‘위험 수위’를 넘은 상태다.

이들이 보유한 금융부채는 총 72조 3000억 원으로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이 40%를 넘고, DTA(부채자산비율)가 100%를 초과하는 고위험 가구만 따져도 38만 6000가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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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부채 고위험 가구 / 출처 : 연합뉴스

여기에 자산을 다 팔아도 빚을 갚지 못하는 ‘DTA 100% 초과 가구’ 109만여 가구까지 포함하면 총 148만 가구가 빚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이번 한은 조사에서는 금융부채 보유 가구 중 무려 29.7%, 약 356만 6000가구가 소득 또는 자산 한쪽에서라도 상환 능력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금융부채의 40% 가까이를 이들 가구가 떠안고 있다는 뜻이다.

이들의 중윗값 기준 DSR은 75%, DTA는 150%를 넘는다. 다시 말해 이들은 벌어들이는 소득의 75%를 대출 이자와 원금 상환에 쓰고 있으며, 가지고 있는 자산보다 부채가 1.5배 많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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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부채 고위험 가구 / 출처 : 연합뉴스

수도권보다 상황이 심각한 지방에서는 이 수치가 더욱 악화된다.

집값·금리 모두 변수… 이대로는 위험하다

한국은행은 향후 금리 인하와 주택 가격 상승이 일부 기대되는 가운데에서도, 지방 고위험 가구의 비중은 오히려 증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주택시장에 대한 전망치를 반영해 시뮬레이션한 결과, 올해 말 지방의 고위험 가구 비중은 5.6%까지 상승하고 수도권은 4.0%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이로써 두 지역 간 격차는 1.6%포인트까지 벌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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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부채 고위험 가구 / 출처 : 연합뉴스

고위험 가구가 겪는 부담은 단순히 대출 규모의 문제가 아니다.

소득 대부분을 원리금 상환에 쓰고 있는 데다, 남은 자산으로도 부채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구조적 한계에 처해 있다. 가계부채를 개인의 노력만으로 줄일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전문가들은 지역별 주택시장 상황과 금리 환경 변화에 따른 맞춤형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고위험 가구 비중이 빠르게 늘고 있는 지방의 경우, 선제적인 금융 상담과 부채 구조 조정 프로그램 확대가 시급하다는 의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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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부채 고위험 가구 / 출처 : 연합뉴스

자산이 있어도 빚이 더 많은 가구의 숫자가 계속해서 늘어나면서 한국 경제의 기반이 흔들린다는 경고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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