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속 똑똑한 소비 전성시대…
‘꼭 필요한 하나’에 지갑 열린다
“고물가와 고금리의 시대에도 소비는 계속된다. 단, 소비자들은 이제 더 똑똑해졌다.”
직장인 A 씨는 매년 연말마다 명품 가방을 구매했지만, 올해는 저렴하면서도 품질이 좋은 패딩을 선택했다.
고물가와 고금리의 영향으로 소비 여력이 줄어들면서 그의 생활 방식도 변화를 맞았다.
이런 변화는 A 씨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경기 불황과 누적된 물가 상승 속에서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이 확연히 달라지고 있다.
올해 소비 트렌드로 가장 주목받는 단어는 ‘요노(You Only Need One)’다. 꼭 필요한 하나에만 지출하는 실용적 소비 방식이 주류로 떠올랐다는 뜻이다.
이는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나타난 ‘불황형 소비’의 일환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12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88.4로 전월 대비 12.3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팬데믹 초기였던 2020년 3월 이후 가장 큰 하락 폭이다. 지수가 100을 밑돌면 소비자들이 경제 상황을 비관적으로 보고 있음을 나타낸다.
경제 상황과 소비 심리의 변화
한편, 이러한 소비 심리 위축 속에서도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 움직임은 계속되고 있다.
소비자들은 지갑을 닫으면서도 더 나은 선택을 위해 정보를 탐색하고 실질적인 만족감을 추구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가령 명품 대신 저렴한 대체품을 선택하는 ‘듀프(DUPE, duplication)’ 소비도 눈길을 끈다.
이로 인해 다이소와 같은 저가형 매장은 뷰티 맛집으로 자리 잡았다. 한 뷰티업계 관계자는 “이제 소비자들은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보다 가격과 실용성을 중시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다이소에서 출시된 ‘스팟 카밍 젤’은 5천 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으로 누적 판매량 10만 개를 넘기며 인기몰이 중이다.
이에 CU와 GS25 같은 편의점도 1만 원 이하의 소용량 화장품으로 10~20대 소비자를 사로잡고 있다.
대형마트와 이커머스 업체들도 변화하는 소비 패턴에 발맞추고 있다.
이마트는 ‘고래잇(Great)’ 캠페인을 내세워 큰 폭의 할인 행사를 예고했다. 설 명절 선물 세트는 절반 이상이 5만 원 이하로 구성되며 실용성과 가성비를 내세웠다.
쿠팡은 새해를 맞아 인기 숙소 130여 개를 최대 30% 할인하는 ‘최저가 챌린지’를 진행 중이다.
전문가들은 가성비와 실용성을 중시하는 소비자는 앞으로도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통업계와 제조업체들은 이런 변화를 기회로 삼아 새로운 전략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