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한 경제 상황에 할인 경쟁
중국 자본 공세에 기업들 생존 위기
중소기업 절반 C커머스와 협업 선택
매일 쏟아지는 할인 행사에도 살아남기 힘든 유통업계의 비명이 들려온다.
미국발 상호관세와 정국 불안이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들의 초저가 공세까지 겹치며 국내 유통시장이 생존 위기를 맞고 있다.
특히 C커머스(China commerce)가 미국 시장 우회를 위해 한국을 거점으로 삼으면서 자본 종속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출혈 경쟁에 내몰린 국내 유통업계
8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유통업체들은 소비자 지갑을 열기 위해 1년 내내 할인 체제로 전환하고 있다.
롯데와 신세계 같은 유통 대기업들은 그룹 차원의 대규모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으며, 쿠팡과 11번가 등 이커머스 기업들도 상시 할인을 이어가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규모 할인 기획전은 예전에는 정기적인 전략이었지만, 이제는 상시 할인체제로 확대되는 추세”라며 “매출 방어를 위해 행사로 분위기를 띄우고는 있지만 상황이 좋지 않다”고 2024년 4월 업계 상황을 전했다.
이러한 제살깎기 경쟁의 배경에는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인한 소비 심리 위축과 함께 가격 인상 기조가 자리하고 있다.
여기에 중국발 이커머스의 초저가 공세가 시장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미국 관세 피해 한국으로 몰려드는 중국 자본
더 우려스러운 상황은 미국의 대중국 관세 정책 강화로 C커머스가 한국을 새로운 거점으로 삼고 있다는 점이다.
내수 부진과 규제 공백 속에서 중국 이커머스 기업들은 미국의 고율 관세를 피해 한국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특히 미국이 중국발 800달러 이하 수입품 면세 정책마저 폐지하면서 이들의 한국 시장 공략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알리익스프레스는 CJ대한통운과 협력해 ‘3일 내 배송’ 서비스를 추진 중이며, 한국 내 물류센터 오픈도 서두르고 있다.
알리 관계자는 “한국 물류센터 운영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 발표 시점을 조율 중”이라고 전했다.
강준영 한국외대 중국학과 교수는 “C커머스의 물량과 자본 공세에 국내 유통은 영업이익 하락에도 출혈경쟁에 나서야 하는 사면초가 상황”이라며 “한국 시장 장악이나 우회 수출 극대화 전략으로 ‘플랫폼 건설’을 목표로 할 것으로 예상돼 자본 종속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위기 속 새로운 기회 모색하는 중소기업들
이러한 위기 속에서도 국내 중소기업들은 적응과 활용이라는 새로운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달 17일부터 21일까지 국내 제조·유통 중소기업 30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50.7%가 중국 이커머스를 활용 중이거나 향후 활용할 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이들 기업이 C커머스를 활용하는 주된 방식은 ‘C커머스에 입점해 국내 시장 점유율 확대'(65.2%)였다.
긍정적 영향으로는 ‘국내외 온라인 판매 채널 다변화'(47.3%)를 꼽았으며, 부정적 영향으로는 ‘자사 제품 가격 경쟁력 저하로 소비자 이탈'(45.7%)을 우려했다.
추문갑 중기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C커머스의 국내 진출이 중소기업에는 새로운 위기이면서 기회가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에 중소기업들은 정부에 ‘e커머스 입점 업체 대상 인증·검사 강화'(34.7%)와 ‘국내 e커머스 입점 기업 지원'(32.3%) 등의 정책 마련을 요청하며 생존과 성장의 돌파구를 찾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치권과 정부가 중국발 유통 쇼크에 대응할 규제 틀을 시급히 마련하지 않으면 국내 유통업계 전반의 경쟁력이 급속히 약화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위기 속에서도 기회를 찾는 중소기업들의 생존 전략이 성공할지, 아니면 중국 자본의 물량 공세에 무너질지 유통가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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