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너무한 거 아니요?” 갈 곳 잃은 중장년층 ‘한숨’

동네에서 사라지는 은행 영업점
디지털 취약층 금융 접근성 골머리
정부, 우체국 등 통한 대안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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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영업점 감소 / 출처: 뉴스1

“어제까지 있던 은행이 오늘 갑자기 없어졌어요. 스마트폰 앱으로 하라는데 글씨도 작고 어떻게 눌러야 할지 모르겠어요.”

서울 종로구에 사는 김 모(72) 씨는 최근 집 근처 은행 영업점이 문을 닫자 한숨만 내쉬었다.

늘 가던 창구가 사라지고 복잡한 모바일 앱을 써야 한다는 현실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김 씨처럼 디지털 전환 시대에 소외감을 느끼는 중장년층이 늘고 있다.

사라지는 동네 은행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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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영업점 감소 / 출처: 연합뉴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국내 은행 영업점은 2019년 말 6,738개에서 지난해 10월 말 5,690개로 5년간 1,000개 넘게 줄었다.

현금자동입출금기(ATM)도 같은 기간 3만 6,464개에서 2만 7,157개로 급감했다. KB국민은행(-26.3%), 우리은행(-24%), 신한은행(-22.9%), 하나은행(-18.8%) 순으로 영업점 폐쇄가 두드러졌다.

이러한 감소세 뒤에는 은행들의 경영전략 변화가 있다. 비대면 금융 거래 확대로 창구 방문객이 줄어들면서 영업점 유지 비용 대비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이다.

특히 은행 영업점의 53.7%가 수도권에 집중되어 지방 소도시와 농어촌 지역의 금융 접근성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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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영업점 감소 / 출처: 뉴스1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서울, 부산, 대전은 은행까지 이동 거리가 1km 이내지만, 강원, 전남, 경북 등 지방은 최대 27km에 달하는 실정이다.

디지털 취약층의 금융 고립

이렇게 물리적 은행 창구가 줄어들면서 가장 큰 타격을 입는 것은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과 장애인 등 취약계층이다.

“스마트폰으로 송금하는 방법을 배워보려 했지만, 몇 번을 해도 잘 안돼요. 결국 버스 타고 멀리 있는 은행까지 가야 해요.” 전라북도 군산시에 거주하는 김 모(68) 씨의 하소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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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영업점 감소 / 출처: 뉴스1

하지만 김 씨의 사례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점점 더 많은 금융서비스가 디지털로 전환되는 추세 속에서 세대 간 금융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의 86.8%가 비대면 채널로 금융거래를 하고 있다.

5대 시중은행의 적립식 예금 신규 가입은 82%가 비대면으로 이뤄지며, 신용대출도 75%가 모바일이나 인터넷으로 처리된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이러한 격차가 지역적 불균형과 맞물려 더욱 심화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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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영업점 감소 / 출처: 연합뉴스

금융연구원은 “지역의 고령화 수준이 높을수록 은행 점포 접근성이 낮다”며 “디지털화에 가장 취약한 고령층의 금융 소외는 점차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해외는 어떻게 대응하나

반면 해외는 오히려 정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 JP모건체이스 은행은 2027년까지 500개 영업점을 신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영업점과 디지털 채널이 상호보완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은행 영업점이 있는 지역에서 신규 비대면 계좌 가입이 더 활발하다는 ‘후광 효과’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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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영업점 감소 / 출처: 뉴스1

영국은 더 적극적이다. ‘새로운 현금 접근성 규정’을 통해 은행들이 현금서비스 접근성을 입증하기 전까지는 영업점 폐쇄를 보류하도록 했다.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등은 영업점 폐쇄 시 최소 90일 전 사전 통지 의무와 취약층 보호장치를 마련해 두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성인 인구 10만 명당 은행 영업점 수가 12.7개로 OECD 평균(14.5개)에 못 미친다.

이러한 현실을 인식한 금융당국은 올해 7월부터 우체국 등에서 예·적금, 대출, 환거래 등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도록 하는 ‘은행대리업’ 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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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영업점 감소 / 출처: 뉴스1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이 공동 점포를 운영하는 시도도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중장년층의 금융 접근성 개선에 한계가 있다.

디지털 전환이라는 시대적 흐름은 피할 수 없지만, 은행 영업점을 단순한 비용 절감의 대상이 아닌 금융 포용의 관점에서 재조명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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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시골 주민센터에 기계 한대씩 가져다 두고 공익요원 두면 손해는 아닐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