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이 너무 올라서 큰일이에요”
정부의 잇따른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으로 뿌리산업의 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열처리, 주물, 용접 등 뿌리 기업들은 전력 의존도가 높아 지난해부터 이어진 요금 인상과 불합리한 전기요금 체계가 더해지면서 경영 악화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한 예로 경남 밀양의 한 열처리 업체는 11월 전기요금으로 10억9000만 원이 청구됐다. 전월보다 전기 사용량은 줄었지만 요금이 무려 2억 원이 늘어 한 해 전기료만 110억 원이 넘을 전망인데 이는 예상 매출의 43%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열처리 회사 관계자는 “고객사에 생산 단가를 올려달라고 요청하고 있지만 불황 탓에 받아들여질지도 의문”이라며 고충을 토로했다.
정부와 한국전력공사(한전)는 지난해 10월부터 산업용 전기요금을 평균 9.7% 인상했다. 이에 따라 전기요금은 kWh당 165.8원에서 182.7원으로 뛰었다. 2022년 이후 여섯 차례 인상을 거치며 산업용 전기요금은 총 62.4% 올랐다.
특히 중소기업이 사용하는 산업용(을) 요금은 대기업과 동일하게 적용돼, 전력 다소비 업종인 뿌리 기업의 부담은 더욱 심각한 수준이다.
예를 들어 경기 김포의 한 주조업체는 10월에 337톤의 주조 제품을 생산하며 1억2127만 원의 전기요금을 냈다. 하지만 11월엔 생산량을 절반 이하인 128톤으로 줄였음에도 전기요금은 1억3114만 원으로 오히려 늘었다. 매출 대비 전기요금 비중은 10월 14.6%에서 11월 38.6%로 급증했다.
이 같은 상황에 제조업체들은 공장 가동을 줄이는 극단적 선택까지 내몰리고 있다. 전력 소비량이 급증하면 ‘피크 연동제’에 따라 기본요금이 자동으로 상승하기 때문이다.
피크 연동제는 1년 중 최대 전력 사용량을 기준으로 기본요금을 산정하는 방식인데, 한 번 정해진 요금은 전력 사용량이 줄어도 내려가지 않는다. 주물업계 관계자는 “전기료를 감당하려다 보면 생산 일정을 억지로 늦출 수밖에 없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하소연했다.
이처럼 가파른 전기요금 인상의 원인은 한전의 재정 상황이 심각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올해 3분기까지 한전은 5조9458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누적 적자는 여전히 37조 원에 달하고 부채는 204조 원을 넘어섰다.
2021년부터 이어진 전력 생산 단가 급등과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한전은 천문학적 적자를 기록했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을 단행할 수밖에 없었다.
김동철 한전 사장은 “모든 종별 전기요금이 여전히 원가 이하 수준이기 때문에 추가 인상이 필요하다”며 요금 현실화를 강조했다.
하지만 이는 산업 현장, 특히 중소기업의 경영을 더욱 압박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뿌리산업의 경우 영업이익의 33% 이상이 전기요금으로 지출되고 있어 생산 효율성을 제고해도 적자를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현재의 산업용 전기요금 체계를 합리적으로 개편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라정주 파이터치연구원 원장은 “최저임금을 급격히 인상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전기요금도 급격하게 인상하면서 산업 현장이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며 “단계적이고 점진적인 요금 체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김재혁 한국재정학회 연구위원은 “산업계의 전력 수요를 고려해 시간대별 요금 적용을 완화하고, 전기 사용량 감소 시 요금도 함께 줄어들 수 있도록 합리적인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기요금 인상은 한전의 적자 해소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지만, 그 부담이 중소기업에 집중되면서 산업 기반이 흔들리는 가운데 제조업의 근간인 뿌리산업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요금 체계의 합리적 개편과 장기적 대책 마련을 위해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한전 적자 몇십조 단위로 나는데…전기요금 내기가 힘들 정도면 문 닫아야 하지 않을까. 전기 사용이 메인이 아닐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