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 무 가격 평년보다 최대 150% 폭등
기후변화로 농작물 생산 차질 심각
정부, 비축 물량 방출·수입 확대 대책 마련

“장 보러 갈 때마다 가격표만 보면 속이 타들어 갑니다.” 최근 장을 보러 시장에 나온 50대 주부 김 모 씨는 평소보다 두 배 가까이 오른 가격표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한국인의 식탁에서 빠질 수 없는 김치의 주재료인 배추와 무 가격이 급등하면서 서민 가계에 비상이 걸렸다.
심지어 한국은 기후변화에 따른 농산물 가격 폭등, 일명 ‘기후플레이션’에 특히 취약한 구조라는 우려의 목소리마저 높아지고 있다.
한 포기에 만 원?… 배추·무 가격 ‘충격’ 급등

농림축산식품부가 7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유통 중인 겨울 배추와 무 생산량이 평년보다 크게 줄었다. 이상기후 영향으로 배추는 평년 대비 13.3%, 무는 21.4%나 감소했다.
공급 부족으로 지난달 배추 도매가격은 평년보다 71.7% 올랐고, 무는 무려 153.2%나 급등했다. 소매가격도 배추는 평년보다 36.9%, 무는 81.1% 상승해 가계 부담이 커졌다.
농식품부는 봄 재배형이 출하되기 전까지 배추와 무 가격은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봄배추는 다음 달 하순, 봄 무는 오는 5월 중순부터 출하될 예정이다.
‘금배추’, ‘금무’ 현상… 기후변화의 그림자

“금배추”, “금무”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로 심각한 농산물 가격 상승은 이번이 처음 일어난 현상이 아니다.
지난봄에는 사과와 배 가격이 작년의 두 배로 치솟으며 같은 해 여름 강원도 고랭지배추는 폭염으로 녹아내렸다.
이러한 현상은 글로벌하게 나타나고 있다. 커피, 코코아, 올리브유 등 식품 원재료가 기후변화로 생산량 감소하며 ‘기후플레이션’이 발생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일부 수입 품종 외에 대부분 농산물을 국내 생산에 의존하고 있어 농산물 수입 개방도가 높은 국가보다 기후 충격에 더 취약하다.

신지영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한국은 대부분 농산물을 국내 수급에 의존해 이상기후로 인한 가격 변동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해 9월의 경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대로 안정됐지만, 농산물 물가만 11.5% 상승률을 보인 바 있다.
비축 물량 방출·수입확대… 정부의 비상대책
배추와 무 가격 급등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비축한 배추 2,600톤을 도매시장에 공급하고, 무 비축분 500톤을 도매가격의 70% 수준으로 대형마트에 제공하기로 했다.

또한 직수입 물량 확대, 할인 행사 지원 기간 연장, 계약재배 물량 확대 등의 대책을 내놓았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비축 기간을 9월까지 늘리면 수급 안정에 크게 도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러한 단기적 대책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입을 모은다.
기후변화가 심화되는 환경에서 더 이상 예외적 현상이 아닌 ‘뉴노멀’이 된 농산물 가격 불안정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기후변화 대응책과 장기적 식량 안보 전략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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