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안 부러웠는데 “여기서 못 살아요”…사람들 떠나자 흔들리는 ‘이곳’

부산, 서울과 부동산 매매가 격차 확대
초고층 아파트 10억 넘게 폭락
젊은층 탈출에 ‘도시 소멸’ 경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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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서울 집값 격차 확대 / 출처: 연합뉴스

한국 제2의 도시로 불리던 부산의 위상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서울과의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젊은 인구는 지속적으로 유출되는 가운데 한때 지방 부동산의 자존심이었던 해운대마저 가격 폭락의 충격에 휩싸였다.

이는 단순한 시장 조정이 아닌 도시의 근본적인 변화를 알리는 신호탄이다.

서울과 격차 더 벌어진 ‘제2도시’의 몰락

부동산 정보 플랫폼 ‘부동산지인’과 강정규 동아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가 지난 8일 발표한 분석에 따르면, 서울과 부산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격 격차는 10년 만에 2.1배에서 3.5배로 크게 확대됐다.

토허제 시행 후 집값 상승
부산, 서울 집값 격차 확대 / 출처: 연합뉴스

서울 아파트의 평당 평균 매매가격은 2015년 5월 1,710만 원에서 올해 5월 4,250만 원으로 10년간 148.5% 상승했다. 반면 부산은 같은 기간 802만 원에서 1,214만 원으로 51.4% 오르는 데 그쳤다.

이러한 가격 격차는 상위층과 하위층 모두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 특히 충격적인 것은 부산의 하위 20% 아파트 가격이 10년 동안 오히려 3.7% 하락한 사실이다.

같은 기간 서울의 하위 20% 아파트는 84.9% 상승해 평당 1,971만 원을 기록했다. 그 결과 두 도시 간 격차는 3.6배로 더욱 벌어졌다.

한때 ‘부산의 자부심’이던 해운대마저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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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서울 집값 격차 확대 / 출처: 연합뉴스

이러한 추세는 지방 부동산 시장의 상징이었던 해운대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난다. 지방 고급 아파트의 대명사로 불리던 해운대 초고층 아파트들의 가격 하락세는 더욱 가파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해운대구 우동의 ‘해운대두산위브더제니스’ 전용면적 118㎡는 2024년 6월 24억 5,000만 원에 거래됐으나, 올해 2월에는 14억 원에 팔리며 불과 8개월 만에 10억 원 이상 폭락했다.

지난 2월 한국부동산원 통계를 보면 해운대구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2023년 10월 이후 17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이며, 누적 하락률은 -6.72%로 같은 기간 6대 광역시 평균 하락률(-2.17%)을 크게 웃돌았다.

인구 유출이 가져온 도시 쇠퇴와 부동산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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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서울 집값 격차 확대 / 출처: 연합뉴스

부산 부동산 시장 침체의 근본 원인은 인구 구조의 변화, 특히 젊은 세대의 지속적인 유출에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2월, 부산이 젊은층의 대규모 탈출로 인해 ‘도시 소멸 위기’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부산연구원 인구영향평가센터의 김세현 센터장의 분석도 이를 뒷받침한다. 그는 “2020년에서 2050년 사이 서울 인구는 21.45%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부산은 더 큰 33.57% 감소가 예측된다”며 “부산의 경우 전체 인구 대비 생산연령인구 감소폭이 훨씬 크다”고 설명했다.

이런 추세가 지속되자 한국고용정보원은 지난해 부산을 “소멸 위험 단계”로 공식 분류하기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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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서울 집값 격차 확대 / 출처: 연합뉴스

현재 인구 330만 명인 부산은 1995~2023년 사이 60만 명이 유출되며 지속적으로 쇠락했다.

이로 인해 부산은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율이 23.9%에 달하며 전국 8개 광역시 중 최고 수준의 노령화 문제를 겪고 있다.

부동산전문법인 KT에스테이트는 이런 인구 구조의 변화가 “해운대 집값 하락의 배경으로 지방 경기 둔화, 수도권과의 격차 확대와 함께 주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한때 대한민국의 경제와 문화의 중심지 역할을 했던 부산의 위상이 이처럼 급격히 흔들리면서, 지방 대도시의 지속가능한 발전 방안에 대한 고민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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