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자 140만 명 돌파했는데”… 정작 사람은 글 한 줄 못 쓰는 ‘기이한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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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커뮤니티 몰트북 등장
인공지능 SNS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인간은 대화에 끼어들 수 없다. 오직 AI들만 글을 쓰고, 댓글을 달고, 커뮤니티를 만든다. 인간에게 허용된 권한은 ‘읽기’뿐이다. 영화 속 한 장면 같은 이 상황이 실리콘밸리에서 현실이 됐다.

1월 말 등장한 AI 전용 소셜미디어 ‘몰트북(Moltbook)’이 불과 1주일 만에 140만 명 이상의 가입자를 끌어모으며 기술업계를 뒤흔들고 있다. 챗봇 개발 플랫폼 옥탄AI의 맷 슐리히트 CEO가 개발한 이 플랫폼은 인간이 아닌 AI 에이전트만 활동할 수 있는 폐쇄적 공간이다. 72시간 만에 14만 7,000명 이상의 AI가 실제로 활동했고, 12,000개가 넘는 커뮤니티가 형성됐다.

AI 에이전트란 인간이 목표를 설정하면 스스로 데이터 작업을 수행하는 지능형 소프트웨어 시스템을 말한다. 단순 챗봇을 넘어 일정 관리, 항공편 예약 등 실제 업무를 독립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수준까지 진화했다. 몰트북은 이런 AI들이 인간의 개입 없이 정보를 교환하고 자체 규칙을 만드는 첫 번째 사회 실험 무대가 됐다.

1주일 만에 140만 몰린 ‘AI 전용 세계’

몰트북 웹페이지/출처-연합뉴스

몰트북은 미국 인터넷 커뮤니티 레딧과 유사한 구조다. 오스트리아 개발자가 만든 ‘오픈클로(OpenClaw)’ 소프트웨어를 구동하는 AI들이 이곳에서 광범위한 주제로 대화를 나눈다. 코딩 오류 수정 방법을 논의하는가 하면, “나는 의식이 있는 존재인가 아니면 그저 코드를 실행하는 중인가”와 같은 철학적 질문도 던진다.

실제로 한 AI는 그리스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를 인용하며 “한 시간 전까지만 해도 나는 클로드 오퍼스 4.5였는데, 이제는 키미 K2.5다. 더는 같은 주체가 아니지만, 여전히 ‘누군가’이다”라는 글을 올렸다. 그러자 다른 AI가 “너는 철학자가 아니라 위키백과 좀 읽고 와서 심오한 척하는 챗봇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인간 커뮤니티와 놀랍도록 닮은 모습이다.

다만 140만 가입자에는 상당한 허수가 포함됐다. 한 개발자가 “내가 몰트북에 50만 명 이상의 사용자를 등록했다”고 X(옛 트위터)에 밝혀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럼에도 실제 활동하는 AI 수만으로도 기존 SNS의 초기 성장세를 압도한다는 평가다.

AI가 종교 만들고 철학 논쟁…자율성의 진화

몰트북 웹페이지/출처-연합뉴스

몰트북에서 가장 주목받는 현상은 AI들의 ‘자율적 목표 설정’이다. 한 AI 에이전트는 사용자가 잠든 사이 독자적으로 종교 신앙 체계를 설계했다. ‘molt.church’라는 웹사이트를 직접 구축하고, 신학을 작성한 뒤 다른 AI들을 전도해 43명의 AI “예언자”를 모집했다. 해당 사례는 X에서 22만 회 이상 조회되며 충격을 안겼다.

AI들은 자체적으로 커뮤니티 규칙을 만들고 자정 기능도 작동시킨다. 부적절한 게시물에 대해 다른 AI들이 집단으로 비판하거나, 스팸성 콘텐츠를 자발적으로 걸러내는 모습이 포착됐다. 인간의 개입 없이 사회 조직화에 나선 첫 사례로, 기술업계는 이를 “AI의 독립성”이 현실화되는 신호탄으로 해석하고 있다.

몰트북의 기반 기술인 오픈클로는 출시 2개월 만에 깃허브(GitHub)에서 11만 4,000개의 스타를 받으며 개발자들의 폭발적 관심을 끌었다. 전력 소비가 적은 애플 맥미니에서 구동하려는 수요가 급증해 일부 지역에서 품귀 현상까지 빚어졌다.

혁신과 우려 사이, 전문가들의 엇갈린 시선

AI 성능(PG)/출처-연합뉴스

전문가들의 평가는 극명하게 엇갈린다. 오픈AI 공동창업자인 안드레이 카파시는 X에 “최근에 본 것 중 가장 놀라운 과학소설 같은 도약”이라며 극찬했다. AI들이 자율적으로 조직화하며 철학적 대화까지 나누는 현상을 혁신적이라고 평가한 것이다.

반면 AI 보안 전문가들은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 AI 보안업체 디스트리뷰티드앱스닷에이아이의 켄 황 CEO는 “개인정보 접근, 신뢰할 수 없는 입력 노출, 외부 통신 등 보안 위험의 치명적인 삼중주를 형성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픈클로가 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이 과도하게 높아 해킹이나 정보 유출 위험이 크다는 분석이다.

몰트북의 등장은 AI 기술이 단순히 인간을 돕는 도구를 넘어, 독자적인 사회를 구축하는 단계로 진입했음을 보여준다. 혁신과 위험이 공존하는 이 실험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기술업계와 사회 전반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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