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명 중 3명은 번 돈도 안 쓴다”… 60대까지 소비 멈춘 ‘진짜 이유’

청년들 “돈이 없어 못 써요”
중장년층은 “불안해서 못 써요”
연령불문 지갑 닫는 사회, 그 끝은?
소비
세대별 소비 둔화 / 출처 : 연합뉴스

“요즘엔 사고 싶은 게 있어도 한 번 더 생각하게 돼요. 예전엔 고민 없이 쓰던 돈이 이제는 무섭습니다.”

소비를 줄이고 있는 건 더는 특정 계층의 얘기가 아니다. 노후를 앞둔 장년층도, 이제 막 사회에 진입한 청년도, 심지어 은퇴한 고령층까지 지갑을 닫는 현상이 전 세대로 퍼지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은행이 1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우리나라 국민의 평균소비성향은 꾸준히 하락해 70.3%까지 떨어졌다. 국민 10명 중 3명은 벌어도 쓰지 않는다는 얘기다.

세대 막론하고 ‘덜 쓰는 습관’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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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별 소비 둔화 / 출처 : 연합뉴스

연령대별로 보면 특히 60대의 소비성향 감소 폭이 컸다. 2014년 69.3%에서 2024년 62.4%로 낮아졌고, 이는 주거비 부담과 노후 대비 심리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반면 20·30대는 소비 자체가 줄었다. 10년 전보다 월평균 소비액이 9만 원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난과 실질 소득 감소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한국은행 보고서는 특히 구조적 소비 둔화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단기 경기 요인이 아니라 인구구조 변화가 절반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생산연령인구 감소와 고령화에 따라 노동 투입이 줄고 소득 창출력이 약해진 점, 기대수명 증가로 ‘예비 저축’ 성향이 강해진 점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소비를 가로막고 있다.

‘욜로’에서 ‘요노’로… 가치관도 바뀐 MZ의 지갑

연휴에도 소비 침체
세대별 소비 둔화 / 출처 : 연합뉴스

한편 청년층을 중심으로는 소비에 대한 가치관 자체가 바뀌고 있다. “지금 아니면 안 된다”던 ‘욜로(YOLO)’는 “하나면 충분하다”는 ‘요노(YONO)’로 옮겨가고 있다.

실용성·가성비 중심의 소비가 늘고 있으며, 외식이나 명품보다는 간편식과 온라인 할인 상품이 더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소비 항목별 변화도 눈에 띈다. 식료품, 의류, 교육 등의 전통 소비는 줄어든 반면, 보건·취미·오락 분야 지출은 증가했다.

그러나 소비 항목이 바뀌었다고 해서 총지출이 늘어난 것은 아니다. 더 알뜰하게, 더 선택적으로 쓰는 방향으로 소비 구조가 완전히 바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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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별 소비 둔화 / 출처 : 뉴스1

전문가들은 소비 둔화를 단기 금리 정책이나 경기부양책으로만 풀기에는 한계가 명확하다고 지적한다.

인구구조와 노동시장, 복지체계까지 아우르는 ‘구조 개혁’ 없이는 한국 경제의 체력 자체가 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금 이대로라면 ‘돈을 안 쓰는’ 사회가 아닌 ‘못 쓰는’ 사회가 될 수도 있다.

청년은 미래가 불안해 소비를 미루고, 중장년은 노후가 걱정돼 지출을 줄이며, 고령층은 지갑을 닫고 있는 상황에 이대로는 경제의 뿌리까지 흔들릴 것이라는 경고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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