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뛰어서 3만 원”…지하철로 향한 65세 이상 노인들, 왜?

새벽부터 모이는 노인 택배원들
무임승차로 배달비 저렴히 제공
노인 빈곤 해결 위한 대책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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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일자리 / 출처: 연합뉴스

서울 지하철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65세 이상 노인들이 택배 배달원으로 나서고 있다.

이른 새벽부터 사무실에 도착해 일감을 기다리는 이들의 손에는 서류봉투부터 노트북, 때로는 영정사진까지 다양한 물건이 들려있다.

이들이 하루 종일 뛰어다녀 버는 금액은 고작 3만 원 안팎이지만 매일 아침 지하철역으로 향하는 노인들은 늘어나고 있다.

새벽 첫차 타고 출근… “일감 받으면 생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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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일자리 / 출처: 연합뉴스

지난 2일 오전 8시, 서울 중구 오장동의 ‘실버퀵’ 사무실. 칠판에는 출근 순서대로 노인들의 이름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75세 최진규 씨는 “까치산역에서 5시 52분 첫차를 타고 출근해도 2등이었다”고 말했다. 선착순으로 일이 배치되기 때문이다.

인천에서 5시 37분 첫차를 타고 오는 71세 최모 씨는 오전 10시가 되어서야 첫 일감을 받았다.

반포역에서 서류 봉투를 받아 개봉역까지 배달하는 일이었다. 그는 “서류 봉투 같은 작은 물건을 배달하면 운수 좋은 날”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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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일자리 / 출처: 연합뉴스

실버퀵에는 30명 남짓한 ‘어르신 배달원’이 일하고 있다. 최고령자는 15년 차 ‘베테랑’ 배달원 백남기(87) 씨다.

이들이 배달하는 물품은 서류부터 전자기기, 꽃다발, 심지어 유골함까지 다양하다.

서울 시내 기준 1만 3천 원부터 시작하는 요금으로, 3만 원 대인 오토바이 퀵 서비스보다 훨씬 저렴하다.

한 이용 고객은 “어르신들이 직접 집 앞까지 배달해 주시고 항상 친절하게 응대해 주신다”며 높은 만족도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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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일자리 / 출처: 연합뉴스

또 다른 고객은 “인터넷에서 우연히 노인 택배 서비스를 알게 된 후 어르신들의 용돈벌이에 보탬이 되고자 자주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인 빈곤 심각… 일자리는 턱없이 부족

이처럼 우리나라 노인들이 일자리를 찾아 나서는 배경에는 심각한 경제적 현실이 있다.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2023년 기준 38.2%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매년 증가하는 추세 속에서 민간 기업의 노인 일자리 확대가 빈곤 문제 해결의 핵심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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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일자리 / 출처: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국내 노인 일자리 정책이 단기적이고 저임금 중심의 공공 일자리에 치중돼 있어 실질적인 빈곤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현재 제공되는 노인 일자리는 환경 정리, 공원 관리 등 단순 노동이 대부분으로, 월 30~40만 원 수준의 소득을 제공하는 데 그친다.

노인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기준 65~69세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약 50%, 70세 이상도 30% 이상이 경제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들이 원하는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기 어렵다는 점이다. 대다수 기업은 고령자 채용을 꺼리고, 정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일자리를 잃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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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일자리 / 출처: 연합뉴스

반면 해외에서는 노인 노동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은 70세까지 정년을 연장할 수 있도록 ‘고령자 고용안정법’을 개정했으며, 독일은 퇴직 이후에도 파트타임으로 일할 수 있는 노인 일자리 모델을 활성화했다. 미국은 노인들의 재취업을 위한 기술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노인 기준 연령 70세 상향 논의

이런 가운데 노인 연령 기준에 대한 인식도 변화하고 있다. 서울시가 시민 5천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4 서울서베이 도시정책지표조사’에 따르면, 시민 절반 이상이 70대부터 노인으로 여긴다는 결과가 나왔다. 노인 기준 연령은 평균 70.2세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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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일자리 / 출처: 연합뉴스

하지만 노인 기준 연령이 상향되면 지하철 무임승차 연령도 함께 올라갈 수 있어, 실버퀵과 같은 노인 일자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이는 노인 일자리 정책 전반에 대한 재검토를 요구하는 신호이기도 하다.

한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노인 일자리는 단순히 ‘생계유지 수단’이 아니라, 건강한 노후를 위해 필수적인 요소”라며 “노인의 경험과 능력을 활용할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정부는 노인 일자리 확대를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며,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민간 부문과의 협력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인 빈곤과 일자리 문제는 노인 기준 연령 논의와 함께 한국 사회가 시급히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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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우리대한민국 현실 씁쓸 하다 언젠가는 나역시 힘들면 그리 할수도 있지않을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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