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중국산 선박에 ‘입항세’ 부과
조선·해운 줄서기 바뀌고 있다

“이제는 선박이 어디서 왔는지가 중요하다.”
미국이 중국산 선박에 고율 입항 수수료를 부과하기로 하면서 글로벌 해운·조선 판도가 급변하고 있다.
오는 10월부터 자동차 운반선에도 차량 한 대당 150달러의 입항세가 붙게 되면서, 한국 해운업계는 득과 실이 혼재된 복잡한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
전방위 입항세, 자동차도 예외 없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17일(현지시간) 입항 수수료 정책의 세부 사항을 발표했다.
핵심은 세 갈래다. 첫째, 중국 해운사 선박에는 톤당 50달러에서 시작해 2028년까지 140달러까지 단계적으로 인상되는 수수료를 부과한다.
둘째, 중국에서 건조된 외국 선박에는 톤당 18달러, 컨테이너당 최대 250달러까지의 수수료가 책정됐다. 셋째, 외국산 자동차 운반선에는 차 한 대(1CEU)당 150달러의 고정 요금이 부과된다.
그동안 저렴한 비용으로 중국 조선소에 선박을 발주했던 글로벌 해운사들은 부담이 커졌다. 특히 자동차 물량을 대량으로 옮기는 현대글로비스 같은 국내 운반선사에겐 민감한 조치다.

지난해 현대글로비스는 완성차 해상운송 부문에서만 4조 원 이상을 벌어들였다. 전체 매출의 약 15%를 차지하는 이 부문에 부과되는 입항세는 무시할 수 없는 변수다.
조선은 한국으로, 선박 발주는 재편 중
반면 이번 조치로 가장 큰 순풍을 맞은 쪽은 국내 조선사다.
클락슨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3월 한국 조선소는 82만 CGT(표준선 환산톤수) 규모의 선박을 수주해 중국을 제치고 세계 1위 자리를 탈환했다.

해운업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내 대표 해운사 HMM은 중국산 선박 비율이 7.3%로 글로벌 대형 선사들에 비해 낮다.
스위스의 MSC(16.8%), 프랑스 CMA CGM(32.9%)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미국 입항 수수료 부담이 작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치는 단순한 관세 정책이 아니다. USTR은 이미 지난해부터 중국이 해운·물류 산업을 지배하며 미국에 피해를 입혔다고 결론 내린 바 있다.
이에 따라 선박 발주 시 미국산 선박에 대한 인센티브를 강화하고,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도 점차 미국산으로 교체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2028년부터는 미국산 LNG 수출량의 일부를 반드시 미국산 선박으로 운송하도록 할 방침이다.
해운업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세계 경제의 흐름을 움직이는 기반 산업이다. 이 바닷길의 규칙이 바뀌기 시작한 지금, 선주들도, 조선소도, 선박도 출발지를 다시 따져야 하는 시대가 왔다.
친중하는당은 뽑지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