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현금 확보에 사활
재무 건전성과 미래 대비 나서
“아무래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선 현금이 최우선이지”, “좋은 신호가 아니다 보니, 앞으로는 상황이 좀 나아지면 좋겠네”
글로벌 경기 침체와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국내 대기업들이 현금성 자산 확보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회사채 발행, 자산 매각, 유상증자 등 다양한 방식으로 유동성을 강화하며 재무 건전성을 높이고 미래 사업에 대비하려는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다.
한국은행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비금융 기업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1125조 원으로 지난해 대비 30조 원 이상 증가했다.
이는 역대 최대치로, 대내외 경제 환경의 불확실성과 금리·환율 변동에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대기업들은 핵심 자산을 매각하거나 회사채를 대규모로 발행해 현금을 확보하고 있다.
예컨대 롯데그룹은 롯데시티호텔 2~3곳과 롯데렌탈 매각을 검토 중이고, LG디스플레이는 중국 광저우 공장을 처분했다.
회사채 발행도 활발히 진행돼 올해 회사채 순 발행액은 18조 원을 넘어섰다.
유동성 관리 강화와 미래 성장 동력 투자도 병행
확보한 자금은 미래 성장 동력 확보와 사업 재편에도 활용되고 있다.
KT는 AI와 클라우드 등 비통신 부문에 7조 원을 투자할 계획이며, 마이크로소프트(MS)와의 협력을 통해 2조 4000억 원을 투입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SK그룹은 특수가스 제조사 SK스페셜티를 매각해 약 4조 원을 확보하고 이를 재무 안정화와 신사업 투자에 활용할 예정이다.
대기업들의 현금 확보 움직임은 불확실한 경제 상황에서 생존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건설 경기 부진과 석유화학 업황 침체 등 업계 전반의 위기가 심화되면서 주요 기업들이 구조조정과 사업 효율화에 나서고 있다.
CJ제일제당은 바이오사업부를, GS건설은 스페인 수처리 자회사 GS이니마 매각을 추진하는 등 비핵심 사업 정리를 통해 운영 효율성을 극대화하려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금 확보가 단기적 위기 극복에는 효과적이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미래 성장 동력에 대한 투자와 균형 잡힌 재무 구조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기업의 현금성 자산이 늘어나더라도 단순한 자금 비축이 아니라 전략적 자산 배분과 혁신적인 신사업 추진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분간 국내 기업들의 유동성 강화 행보는 지속될 전망이다. 하지만 경기 침체가 장기화될 경우, 이러한 움직임이 산업 전반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