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시장 3.4% 역풍 속 전기·하이브리드만 ‘나홀로 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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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분기 중고차 판매량
서울 성동구 장안평 중고차시장 / 뉴스1

2026년 1분기 국내 중고차 시장이 전반적인 수축 국면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시장 내부를 들여다보면 완전히 다른 두 얼굴이 공존하고 있다. 내연기관차는 일제히 뒷걸음질 친 반면, 전기·수소·하이브리드차는 사상 유례없는 증가율을 기록했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3월 중고차 실거래 누적 대수는 총 56만 1,088대로 전년 동기 대비 3.4% 감소했다. 승용차는 47만 2,300대(3.5% 감소), 상용차는 8만 8,788대(2.9% 감소)로 양 부문 모두 위축됐다. 고금리와 경기 불확실성이 소비 심리를 짓누른 결과다.

미·이란 전쟁이 쏘아 올린 친환경차 수요

지난 2월 28일 발발한 미국·이란 전쟁으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자, 소비자들의 구매 선택지가 빠르게 재편됐다. 3월 중고차 시장에서 전기차 거래는 전달 대비 29.5% 급증했으며, 이는 1분기 전체 친환경차 수요 폭발로 이어졌다.

연료별 통계가 이를 명확히 보여준다. 전기차는 전년 동기 대비 48.7% 증가한 1만 6,107대를 기록했고, 수소차(기타 연료)는 무려 53.3% 늘어난 1,009대에 달했다. 하이브리드차도 22.6% 증가해 3만 2,325대를 기록했다. 반면 휘발유는 3.8% 감소한 27만 4,912대, 경유는 10.3% 줄어든 11만 1,514대, LPG는 11.8% 감소한 3만 6,433대에 그쳤다. 유가 충격이 내연기관차 기피 심리를 빠르게 자극한 것이다.

서울 시내 전기차 충전소 / 뉴스1

모닝·스파크가 1·2위, 그랜저는 건재…수입차는 벤츠·BMW 양강

인기 모델 순위에서는 경형차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기아 모닝(TA)이 1만 1,165대로 1위를 차지했고, 쉐보레 스파크가 9,458대로 2위에 올랐다. 연료비 절감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소비자 심리가 소형·경형차 선호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3위는 현대자동차 그랜저(HG)로 9,241대를 기록하며 중형 세단의 건재함을 과시했다. 수입차 부문에서는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5세대) 5,256대, BMW 5시리즈(7세대) 3,236대, BMW 5시리즈(6세대) 2,272대 순으로 집계됐다. 독일 프리미엄 세단이 수입 중고차 시장을 여전히 주도하는 구도다.

20대만 36.9% 급증…고령층 구매 이탈이 심상치 않다

구매 연령대별 통계는 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시사한다. 20대가 5만 4,906대로 전년 동기 대비 36.9% 급증해 유일하게 증가세를 기록했다. 젊은 세대가 친환경차를 중심으로 중고차 시장에 적극 진입하고 있다는 신호다.

반면 30대(-3.9%), 40대(-6.0%), 50대(-6.5%), 60대(-11.4%), 70대(-19.6%)는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낙폭이 커지는 역피라미드 구조를 보였다. 고금리 환경에서 금융 접근성이 낮아진 고령 소비자들이 구매를 꺼리는 현상으로 해석된다. 특히 70대의 19.6% 급감은 단순한 경기 위축을 넘어 중고차 시장의 세대 교체가 본격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2026년 1분기 중고차 시장은 ‘유가 충격’이라는 외부 변수 하나가 소비자의 선택을 얼마나 빠르게 바꿀 수 있는지를 뚜렷하게 보여줬다. 전체 거래량 감소에도 불구하고 친환경차가 나홀로 질주한 이 구조는 일시적 현상이 아닌 중장기 트렌드로 굳어질 가능성이 높다. 내연기관차 중심의 중고차 시장 생태계가 빠르게 재편되는 지금, 소비자와 업계 모두 새로운 기준점을 세워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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