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핫해치 시장, 새 역사 쓰다
푸조, 르망서 GTi 전기차 첫 공개
프랑스 르망 서킷에서 푸조가 고성능 전기차 ‘e-208 GTi’를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13일(현지 시각), 르망 24시 레이스 주간에 맞춰 열린 이 발표는 푸조가 40년에 가까운 GTi 유산을 전동화로 계승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e-208 GTi’는 기존 e-208의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되, 고성능 전기 모터와 레이싱 수준의 주행 기술을 접목해 유럽 B세그먼트 전기차 시장에 새로운 경쟁 구도를 예고했다.
GTi의 부활, 전동화로 다시 깨어나다
푸조가 르망 24시 서킷에서 공개한 ‘e-208 GTi’는 1984년 첫선을 보였던 205 GTi의 유산을 전기차 시대에 맞게 재해석한 모델이다.
푸조 측은 이 차량이 “GTi 역사에 새로운 장을 여는 전기 핫해치”라고 소개했다. 브랜드 베스트셀러인 208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최고 출력 280마력(M4+ 전기 모터), 최대 토크 345Nm, 제로백 5.7초, 최고속도 180km/h를 기록하는 등 동급 최고 수준의 성능을 자랑한다.
기존 모델과 차별화되는 점은 외관에서도 두드러진다. 차고는 30mm 낮아졌고 전륜과 후륜 트랙은 각각 2.2인치, 1.0인치씩 넓어졌다.
여기에 감속기 내장형 리미티드 슬립 디퍼렌셜(LSD)과 전용 냉각 시스템, 고성능 주행 특화 에너지 관리 기술을 더해 날카로운 코너링, 고속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했다.
디자인은 전설적인 205 GTi의 상징성을 현대적으로 풀어냈다. 레드 컬러 바디, 18인치 펀칭 휠, 휠 아치의 레드 라인, 대형 리어 디퓨저 등 시각적으로도 GTi의 정체성을 극대화했다.
실내에는 레드 카펫과 안전벨트, 전용 스포츠 시트, 펀칭 레드 가죽과 알칸타라 마감이 적용된 콤팩트 스티어링 휠이 탑재됐다.
“강력한 퍼포먼스, 명확한 목적” 기술력 집중 집약
이 차량의 핵심 기술 중 하나는 앞서 알파로메오 주니어 벨로체에서 사용된 전기 모터를 차용한 점이다.
동일 플랫폼 기반의 고성능 부품을 공유하면서도, e-208 GTi는 전용 서스펜션과 더욱 민첩한 조향 응답성을 갖추도록 세팅됐다.
스티어링은 더욱 직관적으로 조정됐고, 서스펜션에는 유압식 범프 스톱이 적용돼 차체 하중을 보다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게 했다.
주행 성능의 핵심은 타이어에서도 드러난다. 푸조는 이 모델에 미쉐린 파일럿 스포츠 컵 2 타이어를 적용해 노면 접지력과 고속 주행 안정성을 대폭 끌어올렸다.
덕분에 e-208 GTi는 단순히 출력을 끌어올린 것을 넘어서, 핫해치 특유의 민첩함과 스포티한 주행 감각을 본격 실현한 것으로 평가된다.
르망 공개, 유럽 중심 전략…미국은 제외
이번 발표는 르망 24시 레이스가 열리는 주간에 맞춰 이뤄졌다. 푸조는 모터스포츠와 긴밀한 연계 전략 아래, 자사의 퍼포먼스 이미지를 강화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
특히 GTi 배지가 전기차에 처음 붙은 만큼, 그 상징성과 실험성을 동시에 전달하기 위한 무대로 르망을 선택했다고 풀이된다.
다만 이 차량은 미국 시장에서는 판매되지 않을 예정이다. 푸조는 현재 북미 시장에 진출하지 않고 있으며, 전기차의 54kWh 배터리 용량이 현지 소비자들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미국 소비자 입장에서 매력적인 퍼포먼스를 갖춘 모델임에도 불구하고, 푸조 e-208 GTi는 유럽 시장에 집중된 전략을 이어갈 전망이다.
e-208 GTi는 전기차와 고성능 해치백의 경계를 허문 상징적 모델이다.
푸조가 지난 수십 년간 이어온 GTi 라인업의 유산을 전기차로 계승하면서도, 디자인과 성능, 주행 감성까지 모두 갖춘 이 모델은 유럽 시장에서 독일차와의 본격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