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텔스 차량’ 원천 차단하는 신차 설계… 내년 9월부터 ‘임의 소등’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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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조·후미등 자동점등 의무화
연합뉴스

야간에 전조등을 켜지 않고 달리는 이른바 ‘스텔스 차량’을 막기 위한 법적 안전망이 마련됐다. 국토교통부는 2026년 6월 4일, 자동차 안전기준을 전면 개정해 전조등·후미등 자동점등 의무화와 전기차 회생제동 시 제동등 점등 기준 강화를 포함한 4가지 핵심 안전 규정을 신설한다고 발표했다.

개정안은 6월 5일 공포되며, 전조등 자동점등 의무화는 2027년 9월 1일부터 새로 제작·수입되는 차량에 단계적으로 적용된다. 이번 조치는 단순한 운전자 교육이나 단속 강화에 그치지 않고, ‘차량 설계 자체’에 안전 기능을 내재화한다는 점에서 기존 정책과는 궤를 달리한다.

스텔스 차량 구조적으로 차단…운전자 임의 소등도 불가

이번 개정의 핵심은 차량이 주변 밝기를 자동으로 감지해 전조등과 후미등을 의무적으로 켜도록 하는 시스템을 모든 신차에 탑재하는 것이다. 승용·승합·화물·특수자동차 등 모든 일반 자동차가 대상이며, 운전 중 운전자가 스위치를 조작해 임의로 전조등을 끄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현행 도로교통법 제37조는 야간이나 안개·터널 등 상황에서 등화 사용을 운전자에게 의무화하고 있다. 그러나 단속 인력의 한계와 운전자 인식 부족으로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 반복돼 왔다. 이번 개정은 의무의 무게 중심을 ‘운전자’에서 ‘차량 설계’로 옮겨, 제도의 구조적 공백을 메우는 조치다.

단, 이번 의무화는 시행일 이후 제작·수입되는 신차에만 적용된다. 기존 등록 차량에는 소급 적용되지 않아, 당분간은 구형 차량의 스텔스 운행 위험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는다는 한계도 있다.

전조·후미등 자동점등 의무화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의 성능과 기준에 관한 규칙의 주요 개정 내용 / 국토부

전기차 원페달 시대의 새 기준…감속도 1.3m/s² 이상이면 제동등 점등

전기차 보급 확대와 함께 새로운 교통 안전 사각지대가 등장했다. 원페달 드라이빙은 가속 페달 하나로 가속·감속·정지까지 가능한 기능으로, 페달에서 발을 떼면 회생제동이 걸리며 강한 감속이 발생한다. 문제는 브레이크 페달을 밟지 않으면 뒤차에 제동등이 켜지지 않는 경우가 있어, 후방 차량이 감속 상황을 인지하지 못하고 추돌하는 사고 위험이 제기돼 왔다는 점이다.

국토부는 이번 개정을 통해 회생제동으로 인한 감속도가 초당 1.3m(1.3m/s²) 이상에 달할 경우, 제동등이 자동으로 점등되도록 기준을 명문화했다. 이는 유엔 유럽경제위원회(UNECE) 등 국제 기준과의 정합성을 고려한 수치로, 국토부 역시 “국제기준과의 조화”를 이번 개정의 방향으로 명시했다.

테슬라, 현대 아이오닉, 기아 EV 시리즈 등 주요 전기차 모델에 광범위하게 적용된 원페달 기능의 안전 사각지대를 제도적으로 처음 메운 조치다.

비상자동정지·후부안전판까지…자율주행 대비 안전 인프라 완성

이번 개정안에는 첨단 안전 기능 관련 기준도 새로 담겼다. 공장·물류창고 등 협소한 공간에서 운전자가 차량 외부에서 저속으로 차를 원격 조종할 수 있는 기능에 관한 안전 기준이 신설됐다. 또한 주행 중 운전자가 의식을 잃는 등 비상 상황 발생 시, 차량이 스스로 안전한 장소로 이동하고 정차하는 비상자동정지 기능의 기준도 마련했다.

비상자동정지는 유럽의 ‘최소위험조작(MRM)’ 개념과 유사한 방향으로, 레벨 2 이상 자율주행 기술이 확산되는 시점에서 반드시 필요한 법·기술 인프라로 평가된다. 규제 공백 상태에서 기능이 먼저 시장에 유통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사고 책임 논란을 선제적으로 차단하는 효과도 있다.

중·대형 화물·특수자동차의 후부안전판 기준도 대폭 강화된다. 기존에는 10톤 충격을 버티고, 충격 시 변형량이 최대 400mm까지 허용됐다. 개정안에서는 충격 기준을 18톤으로 상향하고, 변형량 허용 한도는 300mm로 축소했다. 이는 승용차가 대형 트럭 후미를 추돌할 때 차체가 트럭 하부로 파고드는 ‘언더런 사고’의 치명적 피해를 줄이기 위한 조치로, 공포 후 2년이 경과한 2028년 6월부터 신차에 적용될 예정이다.

국토부 자동차정책과 박용선 과장은 “이번 개정은 자동차의 기술 발전과 연계해 국민 안전과 직결되는 안전기준을 강화하는 선제적 조치”라며 “향후에도 국제기준과 조화하면서 안전한 자동차가 제작될 수 있도록 기준을 지속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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